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LTE보다 20배 빠른 5G… 자율車·가상현실 핵심 기술이죠
큰 변화 따라 세대 구분한 이동통신, 3G·LTE 이어 5G 서비스 시작해요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 주고받아… 통신 3사, 내달 5G 주파수 경매 참여
다음 달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한 주파수(전파가 일정한 시간 동안 진동하는 횟수) 경매가 시작된다고 해요.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이동통신 기업 3사가 더 좋은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답니다.
이처럼 요즘 IT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5G'예요. 5G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때 쓰는 무선(無線) 네트워크 이름이지요. 지금 쓰는 LTE(엘티이)도 충분히 속도가 빠른 것 같은데, 대체 5G는 무엇일까요?
◇이동통신, 세대를 나누다
5G는 우리말로 '5세대(5 Generation)'입니다. 그동안 이동통신 기술은 큼직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세대를 구분해 왔는데요. 무선 전기 신호가 아날로그(1세대 이동통신)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데이터를 실어나르기 시작한 게 2세대(2G) 이동통신의 시작이었어요. 그 뒤 더 빠르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3세대 이동통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G'입니다.
하지만 3G 기술이 본격화됐을 때 세상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3G는 순식간에 한계를 맞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가 오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통신 속도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 결과, 3G 기술 표준을 만들기 위해 결성한 '3GPP(3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에서 LTE를 후속 이동통신 기술로 채택했습니다. 이번에 논의하는 5G 역시 3GPP에서 표준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수도꼭지 개수를 늘려라, LTE
LTE는 4세대(4G) 이동통신의 '별명'인데요.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아무 문제 없이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였지요. 도로가 막히면 길을 넓히거나 고가도로를 세우고, 때로는 지하도를 파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네요.
LTE의 핵심 기술은 데이터가 오가는 길인 전파의 '주파수'를 늘리는 데에 있었어요. 모든 무선통신 기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에 데이터를 실어 나릅니다. 이동통신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무선랜(와이파이)이나 블루투스, 심지어 대중교통 카드도 저마다 전파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전파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지요. 쓸 수 있는 전파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는데 통신 속도는 주파수를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느냐에 비례합니다. 전파의 양이 두 배 늘어나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도 두 배로 늘어나거든요.
LTE는 여러 가지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여러 주파수를 한 번에 묶어서 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일단 물통에 물을 빨리 받으려면 수도꼭지를 넓게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건물 곳곳에 깔린 수도관을 넓히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대신 생각해낸 게 똑같은 수도꼭지를 하나 더 다는 겁니다. 그러면 물을 두 배로 빨리 받을 수 있겠지요.
우리가 영화나 온라인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내려받는 것을 물이라고 생각해볼게요. LTE는 이 수도꼭지 폭을 넓히거나 개수를 늘리는 기술이에요. 현재 총 10개의 수도꼭지, 그러니까 10가지 주파수를 동시에 묶을 수 있습니다. 기술 수준은 아직도 진화 중인데, 그래서 4세대 이동통신에 LTE(Long Term Evolution), 즉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진화하는 통신망'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예요.
◇자율車·가상현실 핵심 기술, 5G
이제 우리는 5세대 이동통신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5G 역시 더 빠른 인터넷을 목표로 합니다. 28㎓의 높은 대역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LTE보다 속도가 20배 이상 빨라요. 원활한 서비스를 하려면 5G 역시 수도꼭지, 즉 주파수를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통신사들이 저마다 더 나은 주파수를 더 많이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다음 달 진행될 주파수 경매도 바로 이 주파수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거예요. 통신사들마다 몇 조원씩 투자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 ▲ 그래픽=안병현
5G 기술은 이제까지 이동통신과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데이터를 한 번에 많이 내려받고, 수많은 이용자가 불편 없이 통신하는 것은 4세대인 LTE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현재 무선통신의 가장 큰 약점은 데이터가 오고 가는 속도입니다. 영화를 빨리 내려받는 정도가 아니라, 내 스마트폰에서 보낸 신호가 네트워크를 통해 상대방 기기까지 닿는 속도이지요.
지금까지 이 속도가 100분의 1초 수준이었는데, 5G는 이를 1000분의 1초 이하로 줄이려고 합니다. 이를 '응답 속도'라고 부르는데요. 앞서 LTE가 수도꼭지를 넓히거나 개수를 늘려 물을 많이 흘려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5G는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5G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이동통신을 스마트폰 외에도 자동차, 가전제품, 아파트 등 엄청나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자동차를 제대로 제어하려면 아무런 지체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움직여야 합니다. 가상현실(VR) 등장으로 우리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각종 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데이터가 주춤거리면 안 되지요. 인터넷이 거의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는 셈입니다.
이제까지 이동통신이 '연결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면 5G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버리는' 기술입니다. 5G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