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드로그바 호소에 내전도 중단… 스포츠의 힘이죠

입력 : 2018.05.09 03:00

스포츠 외교

최근 남북 여자 탁구 대표팀이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어요. 이에 따라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남북 단일팀 논의에도 탄력이 붙게 됐답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국제 경기들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진출하자'는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 따른 거예요.

스포츠는 때로 국가 간 관계를 개선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했는데요. 그 결과 여자 단체전 우승과 남자 단체전 4강이란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또 이 대회부터 남북 국기 대신 하늘색 한반도기를 사용하고 각각의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해 6월 열린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도 남북 단일팀이 출전해 8강에 올랐답니다.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국제 종합 대회 사상 최초의 단일팀이에요.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에 속했던 북한 리분희(왼쪽) 선수와 우리나라 현정화(오른쪽) 선수예요.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에 속했던 북한 리분희(왼쪽) 선수와 우리나라 현정화(오른쪽) 선수예요. /조선일보 DB
스포츠를 통해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성공한 예로 '핑퐁 외교'를 빼놓을 수 없어요. 미국은 중국이 6·25전쟁에서 북한을 도왔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을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정책을 폈어요. 그런데 1970년대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중국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서로 대화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중국이 미국 탁구 대표팀을 베이징에 초청해서 친선 경기를 가진 거예요. 두 나라는 1979년 정식 국교를 수립했답니다.

스포츠가 한 나라의 전쟁을 멈추는 기적을 만든 경우도 있어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주전 공격수였던 디디에 드로그바는 2005년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이었는데요.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나뉘어 내전을 벌이고 있었어요. 독일 월드컵 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드로그바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 자리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고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여러분, 단 1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읍시다."

이 모습은 생중계로 코트디부아르 전역에 방송됐고, 피비린내 나던 내전은 거짓말처럼 1주일간 멈췄답니다. 2007년엔 전쟁(1차 코트디부아르 내전)도 끝났지요.


조보성 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