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18세기 서민의 주식… 울퉁불퉁해 '악마의 작물'로 불리기도

입력 : 2018.05.09 03:00

감자

감자의 고향인 페루에는 감자 4000여 품종이 재배되고 있어요.
감자의 고향인 페루에는 감자 4000여 품종이 재배되고 있어요. /김성윤 기자
정부가 수입 감자 4400여t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농수산물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최근 감자를 비롯해 고구마, 무, 배추 등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이 가운데 국내산 감자값이 한 달 만에 30% 가까이 오르는 등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기 때문이에요. 이는 지난해 감자 작황(생육 상황)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 해요.

감자의 원래 고향은 남아메리카예요. 16세기 중반 페루 일대에 도착한 스페인 탐험가들이 난생처음 감자를 접했는데, 당시 감자는 크기도 작고 어두운 갈색이라 버섯과 혼동했다고 해요. 이후 스페인 정복자들이 감자를 비상식량으로 유럽에 가져가면서 전 세계로 퍼졌어요.

감자는 비교적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요리 재료로 이용해 왔어요. 하지만 유럽에 처음 소개됐을 때는 울퉁불퉁한 생김새에다 성경에 나오지 않는 작물이라는 이유로 '악마의 작물'로 불리며 많은 사람이 기피했답니다. 18~19세기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주식이 되었지요.

1840년쯤엔 전 유럽에 감자마름병(감자 줄기 등에 세균이 침투해 말라 죽는 병)이 번지면서 감자 수확이 급격히 줄어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일이 벌어졌어요. 특히 아일랜드에선 이 영향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나가면서 기근을 피해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계기가 됐지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세기 초반 만주 간도 지방을 통해 들어왔다고 전해져요.

가장 대표적인 감자 요리는 프렌치프라이(French Fries)가 있어요. 19세기 초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프랑스에서 이 요리를 접하고 붙인 이름이라고 해요. 영국인이 즐겨 먹는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에도 감자칩이 들어가고, 이탈리아에는 감자와 밀가루를 주재료로 수제비처럼 만든 뇨키(gnocchi)가 유명해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 오른 '스위스인의 솔푸드(soul food·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뢰스티(rösti)도 유명한 감자 요리예요. 모양과 식감이 우리나라의 감자전과 미국의 해시브라운(Hash Brown) 중간 정도이지요.

우리나라에는 강판에 감자를 갈아 전으로 부친 감자전이 있고, 감자녹말로 반죽한 후 강낭콩으로 소를 만들어 쪄낸 감자떡, 간장과 참기름 등을 넣고 졸이는 감자조림, 감자를 채 쳐서 볶은 감자채볶음 등이 인기가 좋아요.

감자는 수분이 80%이고 그 외에는 대부분 전분이에요.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는 칼륨과 인산이 많이 함유돼 있지요. 다른 뿌리 작물과 달리 '땅속의 사과'라 불릴 만큼 비타민C가 풍부하지만, 껍질과 싹눈에 있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물질을 먹으면 식중독이나 두통,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니 주의해야 합니다.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