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부모 위해 헌신한 향덕, 나라서 효자비 세운 첫 인물이죠

입력 : 2018.05.09 03:00

[삼국사기 속 효자·효녀 이야기]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 열전
유명 인물 69명 중 효자·효녀도 소개… 부모 위해 희생하고 종살이하기도
효 중시한 조상들 삶 엿볼 수 있어요

오늘은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효(孝)에 대한 미덕을 기리는 '어버이날'이에요. 1956년 '어머니날'을 제정해 기념했다가 1973년부터 아버지 은혜에도 감사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퍼뜨리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답니다.

우리 조상들은 먼 옛날부터 효를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규범으로 여겨왔어요. 나라에선 효를 실천한 인물들 이야기를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 본보기로 삼았지요. 1145년 김부식 등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사(正史)책 '삼국사기' 속 '열전(列傳)'에는 대표적인 효자·효녀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오늘은 삼국사기 속 우리 조상들의 효행을 알아볼게요.

◇병든 부모를 헌신적으로 보살핀 효자

삼국사기 열전은 김유신(신라), 을지문덕(고구려), 계백(백제) 등 삼국시대 유명 인물 69명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열전에 실린 4명의 효자·효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 웅천주(지금의 충남 공주)에 살던 향덕이라는 젊은이입니다.

[뉴스 속의 한국사] 부모 위해 헌신한 향덕, 나라서 효자비 세운 첫 인물이죠
/그림=정서용
향덕과 그의 아버지 선(善)은 부자(父子)가 천성이 온화하고 선량해 마을 사람들 칭찬이 자자했어요. 그러던 755년 나라에 큰 흉년이 들고 전염병까지 퍼져 고을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 병들어 죽는 일이 빈번했지요. 향덕의 부모도 제대로 끼니를 잇지 못해 굶주리다 병이 들고 말았어요. 게다가 향덕의 어머니는 종기가 심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어요.

향덕은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 부모를 돌보았지만 부모님의 병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어머니의 몸에 난 종기를 자신의 입으로 빨아 뱉는 등 조치를 했어요. 이 같은 정성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부모님은 곧 건강을 되찾았다고 해요.

향덕의 지극한 효성은 마을 사람들과 고을 관리 등을 통해 왕에게까지 전해졌어요. "참으로 지극한 효자로구나! 그에게 상을 내리고 효성을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 경덕왕은 향덕에게 벼 300섬과 집 한 채, 농사를 지을 토지를 내려주었고, 고을에 효자비를 세워 그의 효성을 기리게 했어요. 향덕은 우리나라 최초로 정려(旌閭·국가가 효자·열녀가 사는 마을에 효행을 기리는 비석이나 문을 세우는 것)를 받은 인물이기도 해요.

같은 책에 등장하는 청주(오늘날 경남 진주) 출신의 성각(聖覺)이란 인물도 어머니가 늙고 병들자 몸 바쳐 헌신적으로 봉양하였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리고 시주(절에 물건 등을 베푸는 것)했다고 해요. 대신들이 이를 임금에게 아뢰자 임금이 향덕처럼 곡식 300섬을 상으로 내렸지요.

◇어머니 봉양을 위해 종이 된 딸

'삼국사기'에 기록된 유명한 효녀는 신라 제50대 정강왕 때 경주 6부(신라 건국을 주도한 6개 정치 단위체) 중 한 곳인 한기부에 살았던 지은(知恩)이라는 인물이에요. 지은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어머니를 봉양하였지요. 지은은 집이 너무 가난해서 어떨 때는 품팔이(품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것)도 하고 어떨 때는 구걸도 해 어머니를 모셨는데, 그러던 중 부잣집을 찾아가 종이 되고 쌀을 얻었어요. 그 집에서 종일토록 일하다가 날이 저물면 밥을 지어 돌아와서 어머니를 보살폈지요. 이렇게 며칠이 지나자 어머니가 물었다고 해요.

"전에는 밥이 거칠어도 맛이 달았는데 지금은 밥이 좋은데도 맛이 옛날만 못하고, 마치 칼로 마음속을 찌르는 듯하니 이것이 무슨 일이냐?"

지은이 사실대로 털어놓자 어머니가 통곡을 했어요. "나 때문에 너를 종이 되게 했으니 차라리 내가 빨리 죽는 편이 낫겠다."

마침 소식을 접한 효종랑이라는 화랑이 곡식 100섬과 옷가지를 지은에게 내주었고, 지은을 종으로 삼은 부잣집 주인에게 몸값을 치러주고 양민이 되도록 도와주었어요. 효종랑을 따르는 많은 낭도도 지은에게 곡식을 보내주었지요. 왕도 지은에게 벼 500섬과 집 한 채를 내리고, 곡식을 훔치려는 자들이 있을까 염려해 병사를 보내주고 번갈아 집을 지켜주게 했다고 해요.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가난한 노인의 딸 설씨(薛氏)는 병역에 나가야 할 늙은 아버지 대신 군역(군대에 가야 하는 의무)을 떠맡은 이웃 마을 가실이란 젊은이와 장래를 약속했어요. 설씨는 6년이 넘도록 군에 간 가실을 기다렸고, 돌아온 가실과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고 해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에 대한 효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효경(孝經)'에 실린 공자의 가르침으로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라는 뜻이에요.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거지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