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큰돈 내야 가질 수 있는 차·집을 '공유재'로… 자본주의 보완 의미 있죠

입력 : 2018.05.08 03:00

공유 경제

현직 공군 장교가 자신의 관사(官舍)를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에 올려 숙박료를 받은 것이 적발돼 국방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에어비앤비는 호텔·여관이 아니라 자신의 주거지를 여행객에게 일정 기간 빌려주는 방식인데, 군인 간부 숙소는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거든요.

이처럼 요즘에는 내가 쓰지 않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경제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를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고 해요. 사람들 간 협동과 나눔을 기반으로 서로 이득을 보는 교환 활동이 이루어지는 거지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내가 필요한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어디서 빌리고 나눠 쓸 수 있는지 한눈에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거예요. 이 같은 공유 경제는 모두가 책을 공유할 수 있는 도서관부터 도심 곳곳에서 빌려 탈 수 있는 공공 자전거,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내가 소유한 자동차를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경제활동이에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내가 소유한 자동차를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경제활동이에요. /로이터

공유 경제는 1984년 미국 하버드대 마틴 와이츠먼(Weitzman) 교수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처음 제안한 것이에요. 당시 수익을 공유하는 개념에 가까웠는데, 이를 2008년 당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로렌스 레시그(Lessig)가 구체화하면서 지금 같은 의미가 됐지요. 레시그 교수는 공유 경제를 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상업 경제(commercial economy)와 구분하고, 제품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협업 소비라고 규정했답니다.

공유 경제는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요. 전국 시청과 구청, 군청에서 공유 경제를 확산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 시행 중이에요. 낡은 의류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공유 옷장',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주방 놀이터', 돌봄 나눔을 통해 공동 육아를 하는 '음악 놀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 경제가 나타나고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는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이 공유 경제를 지향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이런 회사들은 집이나 자동차처럼 아주 큰돈을 들여야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을 '공유할 수 있는 재산'이란 개념으로 바꾸었답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공유 경제가 자본주의를 보완해주는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하기도 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이 기업들이 여러 사업을 벌이면서 공유 경제의 기본 정신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요. 우버의 경우 택시 기사들이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시위를 벌인 것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또 공유 경제는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경우 어떻게 보상을 받을지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어요. 개인과 개인 간 연결이라는 새로운 경제 관계에 대한 법적 장치가 아직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규승·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