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원시인은 네 발로 걸었다? 진화에 얽힌 편견 이야기

입력 : 2018.05.04 03:04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 미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는 전 세계의 발굴 현장을 직접 누비며 옛날 인류의 화석을 연구하는 고(古)인류학자예요. 우리나라에 고인류학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을 때 과감히 해외로 나가 한국인 최초의 고인류학 박사가 되었어요.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우리학교)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는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시간 여행이랍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인류의 진화 이야기는 이 물음에서 출발해요. 인간의 손과 발에 있는 다섯 개 손·발가락은 무려 3억4000만년 전, 개구리 같은 양서류가 생기기도 전 인류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거예요. 여러분처럼 매일 양말과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폭신폭신하게 한 건 겨우 수백 년에 지나지 않지요.

인류의 기원 그래픽
/우리학교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그림〈사진〉을 볼까요? 침팬지처럼 생긴 인간이 처음에 네 발로 걷다가 엉거주춤하게 일어서요. 그러다가 점점 허리와 어깨를 펴고 피부색은 갈수록 희어지고 머리카락 색도 옅어지네요. 그리고, 짠! 나타난 현대인의 모습. 바로 백인 남자예요.

그런데 이 책은 '그림이 틀린 것'이라고 말해요. 인간은 처음부터 똑바로 걸었으니까요. 이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어떻게 수십~수백만 년 동안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이런 자세로는 도망도 못 가고 맹수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예요. 또 이 그림에선 현대인의 몸집이 가장 크게 그려져 있지만, 사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농사를 짓기 시작한 1만 년 전부터 인간의 덩치가 작아졌답니다. 원시인들은 현대인보다 훨씬 몸이 더 컸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그림이 나온 까닭은 뭘까요? 희고 매끈한 피부를 가진 남자가 되는 것이 인류 진화의 목표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에요. 원시인은 열등하다고 믿는 우리의 편견이 이런 그림을 만든 것이지요.

1974년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약 330만년 전 살았던 인류의 조상 '루시' 화석을 발견하면서 인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루시가 속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두 발로 걸었어요. 네 발로 걷다가 점점 똑바로 걷게 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두 발로 곧게 걸었지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최초의 특징은 '머리'가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인 '발끝'에서 먼저 나타난 것이에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