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멸종 위기' 호주거북, 머리·등갑에 물풀 달고 있어요

입력 : 2018.05.04 03:02

메리강거북

메리강거북
/런던동물학회
얼마 전 메리강거북(Mary river turtle·사진)이 영국 런던동물학회가 꼽은 '100대 멸종 위기 파충류'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근연종(생물을 분류할 때 발생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종)이 거의 사라져 보존 가치가 높은 동물들을 선정한 것인데 여기에 메리 강 거북이 뽑힌 거지요.

몸집에 비해 꼬리가 아주 길고 두툼한 메리강거북은 호주 중동부 퀸즐랜드 지역 메리강에서만 살아요. 주로 허파로 숨을 쉬지만 총배설강(대변·소변 배출 기관과 생식기관이 합쳐진 것) 안에 아가미 같은 구조가 있기 때문에 물속 산소를 붙잡아 둘 수 있어서 2~3일까지 잠수할 수 있어요. 이 거북과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것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의 큰머리거북인데, 역시 멸종 위기종이지요.

메리강거북은 독특한 외모로 유명해요. 등갑(등딱지)과 머리 위에 물풀이 머리털처럼 파랗게 많이 자라거든요. 그래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서 등갑에 풀·나무를 지고 있는 거북이 캐릭터의 모델이 되기도 했어요. 사실 메리강거북만의 특징은 아니고, 바다거북 중에는 이처럼 단단한 등갑에 따개비나 조류가 붙어 자라는 경우가 많답니다.

메리강거북은 등갑 크기가 최대 50㎝ 정도로 보통 바다거북보다 작아요. 하지만 다리가 긴 데다 뒷다리 물갈퀴가 크고 넓어서 밑에서 보면 마치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것처럼 빠르게 헤엄쳐요. 잠긴 나무가 많고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 수초와 조류, 조개 등을 먹고 살아요. 보통 25~30세가 되어야 새끼를 낳기 때문에 번식력이 낮은 편이에요. 여기에 메리강 유역의 벌목(나무를 베는 것)과 모래 채취가 늘면서 서식지가 많이 망가졌어요. 1970년대 애완동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매년 1만5000마리 이상이 내다 팔렸고 이로 인해 심각한 멸종 위기로 내몰렸지요.

거북은 지구상에 사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동물로 평가돼요. 겉으로 봤을 때 초기 중생대(2억3000만년 전~1억8000만년 전) 거북 화석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지요. 크게 거북과·바다거북과·장수거북과·자랏과 등 12과 240여 종으로 분류하는데요. 우리나라에는 바다거북, 남생이, 자라 정도만 살아요. 현재 애완동물로 많이 키우는 거북은 북미 지역에서 수입한 붉은귀거북이에요.

먼저 거북은 등이 불룩하고 다각형 등갑 조각이 보도블록처럼 생겼어요. 입은 뭉툭하고 목은 짧지요. 반면 자라는 목과 주둥이, 코가 길고 등갑이 타원형으로 펑퍼짐해요. 거북은 땅에서 느릿느릿 기어가지만 자라는 빠르게 내달릴 수 있답니다. 남생이는 자라처럼 작은 민물 거북인데, 언뜻 붉은귀거북과 모습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워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