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우리 앞선 기술력·자본, 北의 천연자원·싼 노동력 만나면 경쟁력 높아져요

입력 : 2018.05.01 03:00

남·북 경제 협력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했어요. 이날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북한의 낡은 도로와 철도를 고치고 연결하는 등 지난 2007년 발표했던 '10·4 선언'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북한 개성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답니다.

대결로 치닫던 남북 관계가 갑자기 변한 중대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 의견이에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우리나라의 45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139만3000원)은 우리나라의 22분의 1 수준이라고 해요.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수출과 수입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얼마 전 '앞으로 핵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하겠다'고 발표하자, 블룸버그통신 등 많은 외국 언론이 "김정은이 핵을 버리고 경제로 기어(gear·속도나 방향을 바꾸는 기계 장치)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2013년 4월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이에요.
2013년 4월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이에요. /뉴시스
남과 북은 경제 문제에서 '상호 보완재'로 볼 수 있어요. 각자 장점이 뚜렷해서 서로 협력할 경우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죠. 대표적인 것이 남한의 앞선 기술력과 자본,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이에요. 북한에는 금, 동, 아연, 철광석 등을 비롯해 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 등 각종 희소 광물이 많이 매장돼 있어요. 북한 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도 광업 분야(약 13%)이지요. 하지만 광산 설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채굴 실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북한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도 기업으로서는 매력적 요소예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한 직원에게 주던 월급은 1인당 120달러(약 14만원) 정도였다고 해요. 여기에 우리나라의 선진적 기술 교육이 결합하면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거라는 이야기지요. 또 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외국 투자자들이 분단을 이유로 우리나라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내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시너지를 확인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결정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해요. 또 북한이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정상 국가임을 증명해 해외 기업·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게 중요하지요.

우리나라도 현재 청년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하면 내부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요. 당장 10·4 선언을 이행하는 데만도 14조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고 해요.


박원배 이코노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