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수백억 개의 뇌 신경세포… 부모의 자식 사랑도 조절한대요

입력 : 2018.04.26 03:00

[뇌와 신경세포]

뇌는 인간 모든 행동·생각 등 통제, 신경세포 관찰로 여러 기능 밝혀져
美 하버드대, 특정 세포 활성화하자 젊은 쥐도 부모처럼 아기 쥐 돌봤죠

최근 과학계 유명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어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쥐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뇌의 '신경세포' 때문이라는 거예요. 쥐의 뇌 속 '갈라닌'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아직 자식이 없는 젊은 쥐들이 마치 부모처럼 아기 쥐들을 잘 돌보았거든요.

이처럼 인간의 행동이나 마음 상태를 뇌 작용의 결과로 설명하는 학문을 '뇌과학'이라고 불러요. 오늘은 우리 뇌의 신비를 탐구하는 뇌과학에 대해 알아볼게요.

◇뇌는 복잡한 신경세포 덩어리

뇌는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조절하는 곳이에요. 근육도 뼈도 없는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랍니다. 자글자글 주름진 인간의 뇌에는 '뉴런(neuron)'이라고 하는 수백억 개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요.

신경세포는 커다란 뿌리가 덩어리째 달린 나무줄기처럼 생겼어요. 뿌리처럼 생긴 것은 신경세포의 핵심인 '세포체'로 이 안에 신경세포의 '핵'이 있지요. 세포체에서 연결된 가장 굵고 긴 부분을 '신경 돌기'라고 부르는데, 이 끝에도 세포체 같은 얇은 뿌리가 잔뜩 달려 있어요. 신경 돌기의 끝부분이라고 해서 '신경 돌기 말단'이라 불러요.

한 신경세포의 신경 돌기 말단은 다른 신경세포의 세포체와 맞닿아 있어요. 이 틈을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데,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가 전달되는 장소랍니다. 보통 100조 개 정도 있지요.

신경세포와 시냅스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신경세포는 위치한 곳에 따라 역할이 다 달라요. 우리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분되는데요. '사령부(총괄 지휘)'에 해당하는 대뇌 속 신경세포들은 주로 기억과 감각, 언어 등을 관리하고 있어요. 이 중 인간 같은 고등동물에게 가장 발달한 부분이 '대뇌 피질(대뇌 겉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친구가 "배고프다"고 말한 경우를 생각해볼게요. 귀로 들어온 청각 신호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대뇌 피질 중 '베르니케 영역'으로 전달돼요. 이곳에선 "배고프다"를 다른 정보들과 비교한 뒤 어떤 뜻인지 해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전기 신호로 바꾸어 '브로카 영역'에 전달하지요. 브로카 영역에선 이 신호를 받아 어떤 답변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해요.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성대와 혀 등 여러 근육에 운동 명령을 내려 답변("뭐 먹으러 갈래?")을 하지요. 그래서 이 부위가 망가지면 실어증(失語症) 같은 언어장애가 생기는 거예요.

대뇌 피질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도 중요해요. 행동을 이성적으로 조절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영역으로, 이곳이 망가지면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사회적 도덕성에 큰 문제가 생겨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이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대뇌 옆에 있는 소뇌는 몸의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주로 담당해요. 뇌간은 심장을 움직이고 숨을 쉬게 하기 때문에 손상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신경세포, 뇌의 비밀을 밝혀주다

뇌의 구조는 사람의 몸을 열어보는 해부를 통해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뇌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를 열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MRI(자기 공명 영상법) 기술이 도입되면서 뇌 속 신경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할 수 있었고, 그 전까지 몰랐던 뇌의 여러 기능이 밝혀졌어요.

1991년 미국국립정신건강연구소 연구팀은 8년간 청소년들의 대뇌 신경세포를 꾸준히 관찰한 결과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아냈어요. 그 전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열두 살이 되면 뇌 발달이 대부분 끝난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 열두 살 이후에도 신경세포들을 잇는 시냅스가 계속 발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지요. 특히 전두엽 부분의 신경세포는 10대 중반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20대까지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 알려져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어요.

신경세포를 이용하면 기억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요. 실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쥐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가짜 기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어요. 연구팀은 아무것도 없는 상자(A)에 실험용 쥐를 넣고 어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지 알아냈어요. 그런 뒤 이 쥐를 다른 상자(B)에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하면서 동시에 A 상자에 있을 때 활성화됐던 신경세포를 자극했지요. 그랬더니 쥐는 이후부터 마치 B 상자가 아닌 A 상자에서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반응했답니다. 가짜 기억이 심어진 거예요.

특별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도 계속 발견되고 있어요. 올 초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간뇌에 있는 신경회로(신경세포 덩어리)에서 뭔가를 자꾸 가지려 하는 욕심인 '소유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보통 너무 심각한 소유욕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데, 간뇌를 자극해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예요. 또 치매 환자의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기억 중추인 해마와 언어 중추인 베르니케·브로카 영역 등이 회복된다는 사실도 밝혀졌지요.

이렇게 뇌의 역할을 세세하게 알면 우리 몸과 마음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좀 더 쉬워져요. 또 신경세포의 구조를 인공지능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지요. 그래서 지금도 뇌 속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답니다.



김은영·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