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비슷한 업종끼리 몰래 가격·생산량 조정… 소비자 피해 우려해 정부 나서요

입력 : 2018.04.24 03:07

담합(談合)

7년간 서로 짜고 레미콘(시멘트 운반 트럭) 가격을 높게 매겨 이득을 본 레미콘 업체들이 정부에 적발됐어요. 정부는 총 156억원대 과징금(규칙을 위반한 대가로 내야 하는 돈)을 내라고 명령하고 이들을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답니다.

담합(談合)이란 말 그대로 미리 의논해서 서로 합의한다는 의미예요. 경제학에서는 비슷한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이 몰래 약속을 하고 가격이나 생산량을 조정하는 일을 말하지요. 이런 기업들은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업체를 따돌리고 소비자 수요와 상관없이 물건 가격을 부당하게 높이 매겨서 이득을 챙긴답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들이 몰래 담합을 하는지 아닌지 감시하고, 담합이라고 판단하면 기업들을 처벌하고 있는 것이에요.

가격을 담합해온 레미콘 업체들이 최근 정부에 적발됐어요. 사진은 부산의 레미콘 공장 모습.
가격을 담합해온 레미콘 업체들이 최근 정부에 적발됐어요. 사진은 부산의 레미콘 공장 모습. /김종호 기자

담합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어요.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서 양털을 파는 상인들이 몰래 모임을 갖고 양털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일이 있었어요. 양털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에 양털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인류 최초의 담합인데, 이런 종류의 담합이 늘자 많은 국가가 담합을 일종의 불법으로 보고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답니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 시대에는 황제가 물건의 최고 가격을 발표해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했어요. 소 한 마리 최고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얼마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하며,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은 최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국가가 나서 정리한 것이지요.

1890년 미국 연방정부도 '반(反)독점·담합법'으로 불리는 '셔먼법(Sherman Act)'을 만들어 담합 행위를 금지했어요. 당시 '석유왕' 록펠러가 세운 회사가 가격 담합 등을 무기로 거대한 '공룡 기업'으로 떠오르자, 정부가 "생산 주체 간 어떤 형태의 연합도 불법"이라며 이를 막으려 한 것이에요. 하지만 기업 간 담합은 현실적으로 막거나 적발하기 쉽지 않았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방안이 '리니언시(leniency) 제도'라고 불리는 '자진 신고 감면 제도'예요. 담합한 사실을 먼저 자백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매기지 않는 대신, 나머지는 담합으로 처벌하는 제도이지요. 하지만 이 제도를 나쁘게 이용해 담합에 참여한 뒤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고, 자신은 처벌에서 쏙 빠지는 기업들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 밀가루·설탕 등 많은 기업이 담합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일이 있었어요. 이에 1980년 정부가 담합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시행했지요. 건전한 경쟁을 통해 노력한 만큼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어야 떳떳할 수 있는 거랍니다.

조운학·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