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버려진 고양이들… 다람쥐 등 마구 잡아먹는 '무법자'

입력 : 2018.04.20 03:03

들고양이

들고양이
/위키피디아
봄철 산행길에 무리지어 다니는 들고양이〈사진〉 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아요. 등산객을 따라 해발 600~800m 정상 부근까지도 올라가는 들고양이들인데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산국립공원에 사는 걸로 파악된 들고양이가 100마리 이상이라고 합니다. 공단 측에선 '들고양이 먹이 주기 금지' 같은 안내문을 붙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등산객이 먹다 남은 음식을 고양이에게 주거나 아예 사료까지 가져와 뿌리고 있어 골치라고 해요.

산 정상을 점령한 들고양이는 다람쥐나 산새처럼 작은 동물을 해치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야생 동물이에요. 크기는 작아도 사납고 공격적이지요. 그래서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선 '세계 100대 생태계 교란종'으로 들고양이(Feral cat)를 꼽기도 했어요. 야생에 살면서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자 같은 다른 고양잇과 동물처럼 본능적인 야성(野性)을 간직하고 있지요.

숲속이나 산속에만 들고양이가 있는 게 아니에요. 도심 으슥한 곳에 숨어 지내는 떠돌이 들고양이도 있어요. 천적인 중대형 육식동물이 별로 없는 도시에선 들고양이가 대장이랍니다. 떼 지어 살면서 새의 알을 약탈하고 새끼 동물이나 소형 동물도 잡아먹어요. 영국에선 900만 마리 들고양이가 한 해 약 3억 마리 동물을 죽이고, 미국에선 8000만 마리 들고양이가 한 해 최대 3억7000만 마리의 새를 죽인다고 해요. 사람과 가축에게도 톡소포자충(인체 감염 기생충)이나 광견병 같은 치명적인 병을 옮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과거 농경 사회에서 고양이는 반가운 존재였어요. 애써 지은 한 해 곡식을 훔쳐 먹는 쥐를 잡았기 때문이지요. 고대 이집트에선 고양이 형상으로 동상을 만들 만큼 신성시했고, 중세 유럽에선 쥐가 옮긴 전염병인 흑사병을 쫓는다는 의미로 고양이 동상을 세우기도 했어요. 일본인들은 고양이가 재물과 손님을 모은다고 생각해 앞발을 추켜올린 고양이 조형물을 지금도 많이 팔아요.

보통 들고양이는 애완동물로 자라다 길거리에 버려진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어느새 야성을 되찾아 야생동물로 살아가지요. 특히 고양이는 다른 동물보다 임신 시간이 짧고(2개월), 생후 9개월이면 한 배에 여러 마리 새끼를 가질 수 있어 개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그래서 개·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들개·들고양이가 늘어나는 문제가 함께 생겨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자기 고양이가 들고양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잘 보살피는 게 우선이에요. 또 길거리나 산속에서 들고양이를 만나더라도 '닥치는 대로 새·다람쥐를 잡아먹는 야생의 최대 무법자'라는 생각을 갖고 먹이를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답니다.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