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깊이 15m 거대한 균열… 아프리카 대륙이 갈라지고 있대요

입력 : 2018.04.19 03:00

[판(板)구조론]

최근 아프리카 동부 수㎞ 균열 발견… 맨틀의 융기로 인한 지각 파열이죠
완전 분리까지 최소 수백만년 예상
'판구조론', 지각 활동 설명해줘요

현생 인류의 발상지인 아프리카 대륙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와 화제예요. 최근 CNN 등 외국 언론에 따르면 아프리카 케냐 남서부 지역에서 수㎞에 걸쳐 땅이 쩍쩍 갈라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지요. 갈라진 곳의 깊이가 최대 15m, 너비는 최대 20m에 달할 만큼 거대한 균열이었어요.

많은 지질학자가 이번 균열에 대해 "아프리카 대륙이 분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해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대륙 균열 현상을 설명해주는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에 대해 알아볼게요.

◇대륙도 태어나고 죽는다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Wegener·1880~1930)는 1915년 '대륙과 대양의 기원'이라는 책을 내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어요. "약 2억년 전 지구에는 하나의 대륙이 바다 위 거대한 섬처럼 존재했다. 현재 우리가 사는 대륙은 이 커다란 하나의 대륙에서 갈라져 나와 이동한 것이다."

그는 이 초창기 거대 대륙을 '판게아(Pangaea·초대륙)'라 이름 짓고, 여기서 대륙이 갈라져 나와 오늘날 5대양(태평양·대서양·인도양·북극해·남극해) 6대륙(아시아·유럽·아프리카·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오세아니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주장했어요. 이를 '대륙이동설(continental drift)'이라고 해요.

아프리카 대륙이 쪼개지고 있다
/그래픽=안병현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생전 수많은 과학자의 조롱과 비웃음을 샀어요. 대륙을 분리시키고 이동하게 하는 거대한 힘이 무엇인지 그 원동력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 흥미를 가진 여러 학자들이 연구에 뛰어들면서 1970년대 이르러 그의 이론은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답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서 발전한 것이 오늘날 '판(板)구조론'이에요. 지구의 표면이 여러 개의 단단한 암석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판들이 봄철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얼음덩어리처럼 맨틀 가장 위쪽인 저속도층(연약권·깊이 100~300㎞)을 이동하면서 서로 떠밀고 충돌하고 있다는 생각을 담고 있어요.

판구조론에서 지구를 덮고 있는 판은 크게 7개예요. 북아메리카판·남아메리카판·유라시아판·태평양판·아프리카판·인도-호주판·남극판이지요. 그 외에 카리브판·나스카판·필리핀판·아라비아판 등 여러 작은 판들이 지구 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 판들은 맨틀의 대류(뜨거운 것이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전체적으로 데워지는 것) 현상 때문에 움직여요. 맨틀(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 부분)은 윗부분과 아랫부분 간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맨틀 위에 있는 지각이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판은 중앙 해령(바닷속 해저산맥)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요. 중앙 해령에서 멀어질수록 열이 식으면서 판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거워져 맨틀 아래로 가라앉아 사라지지요. 새로운 판이 탄생하는 건 지질학적으로 보면 큰 대륙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해요. 큰 대륙 아래 판은 가장자리를 통해 열을 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륙판 중앙 아래쪽에서 맨틀이 계속 밀고 올라와 판이 갈라지고 결국 대륙이 둘로 쪼개지게 된다는 거예요.

대륙이 둘로 갈라지면서 새로운 바다가 탄생한 대표적 예가 대서양입니다. 과학자들은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원래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는데 그 사이가 갈라지면서 대서양이 생겼다고 보고 있어요.

◇지구대 형성하는 '판구조론'

현재 전 지구에서 방출되는 지진에너지의 98% 이상은 판과 판이 맞물리는 가장자리에서 발생해요. 이곳에서 지진 활동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환태평양 불의 고리' 지역이에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나스카판, 인도-호주판 등과 맞물리는 경계선 지역이지요.

이번에 땅이 갈라진 지역은 '동아프리카 지구대(地溝帶·또는 열곡대)'라고 불러요. 지구대란 땅덩어리가 두 곳으로 갈라진 좁고 긴 골짜기를 말하는데,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맨틀이 위쪽으로 상승하면서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맨틀이 상승할 때 지각을 양쪽으로 밀어내면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골짜기가 탄생한 거예요.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중동 아라비아반도 남부와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이 바다 아덴만에서부터 케냐·탄자니아 등을 거쳐 남아프리카 짐바브웨까지 약 3000㎞에 달하는데요. 이곳은 지표면 두께가 얇고 지형이 불안정해서 과거부터 화산이나 지진 활동이 활발했어요. 또 다른 지역보다 맨틀의 상승 속도가 빠른 '초(超)융기' 현상으로 유명했지요. 1800년대 흑인 노예를 데려가기 위해 아프리카에 온 유럽인들이 이 계곡을 발견했는데, 당시 빗물 등에 의한 단순한 풍화·침식 작용으로 보기엔 규모가 너무나 커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이 땅의 내부 맨틀이 다시 활발하게 융기하면서 위에 있는 지각판(땅덩어리)이 파열되고 그 결과 또다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거예요. 만약 이 지역의 틈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경우 그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결국 동아프리카 지구대 동쪽에 있는 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 북동부 국가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섬처럼 분리될 수 있다고 해요.

다만 아프리카 대륙이 실제로 완전히 분리되려면 최소 수백만~수천만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어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은 지금도 소리 없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