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공장·車 매연, 이산화황·질소산화물로 변해 인체 공격하죠

입력 : 2018.04.12 03:00

[미세 먼지]

스모그 현상 일으키는 미세 먼지
석탄 태울 때 황과 산소가 결합해 호흡기 공격하는 이산화황 만들어
자동차 매연은 유해한 오존 생성

꽃이 한창인 봄날이지만, 사흘을 멀다 하고 미세 먼지와 황사가 찾아와 뿌연 하늘을 만들고 있어요. 이를 두고 과거 매연으로 도심이 뿌옇게 보이던 '스모그(smog·연기를 뜻하는 smoke와 안개를 뜻하는 fog의 합성어)' 현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다면 스모그와 미세 먼지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오늘은 우리 눈앞을 흐릿하게 만드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해 알아볼게요.

◇우리 주변 어디나 있는 미세 먼지

미세 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 물질 가운데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아주 작은 입자를 말해요. 원래 지름 10㎍ 이하의 먼지(PM 10)는 '미세 먼지', 지름 2.5㎍ 이하의 먼지(PM 2.5)는 '초미세 먼지'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최근 PM 2.5 문제가 부각되면서 둘 다 '미세 먼지'라고 부르고,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미세 먼지(PM 2.5)'식으로 쓰고 있답니다.

미세 먼지와 스모그
/그래픽=안병현
미세 먼지는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심지어 주방에서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연기 속 물질도 일종의 미세 먼지이지요. 그래서 스모그는 매연이 마치 안개처럼 뿌옇게 낀 현상 그 자체를 말하고, 미세 먼지는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아주 작은 오염 물질 입자라고 보면 된답니다.

공기가 얼마나 오염됐는지는 보통 일정한 공간에 존재하는 미세 먼지의 질량(무게)으로 나타내요. 우리나라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공간(1㎥)에서 하루 평균 미세 먼지(PM 2.5) 농도가 35㎍(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을 초과할 때 '미세 먼지 나쁨'으로 규정해요.

◇미세 먼지, 런던 스모그 현상과 닮아

미세 먼지로 뒤덮인 우리나라 하늘은 20세기 초반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스모그' 현상과 비슷해요. 당시 스모그 문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했는데요. 입자 크기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요즘엔 미세 먼지 현상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답니다.

스모그는 크게 '런던형 스모그'와 'LA형 스모그'로 나눠요. 먼저 런던형 스모그는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 영국에서 발생했지요. 당시 영국 공장들은 대부분 석탄을 연료로 기계를 움직였어요.

석탄과 석유는 주로 탄소(C)와 수소(H), 황(S) 등으로 구성돼요. 석탄을 완전히 연소하면 탄소(C)와 산소(O₂)가 제대로 반응해서 오직 이산화탄소(CO₂)와 물(H₂O)만 나오지만, 산소 부족 등으로 완전히 연소하지 못하면서 탄소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한 일산화탄소(CO)와 각종 탄화수소가 배출돼요. 일산화탄소는 몸으로 들어가면 혈액 중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막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해로운 물질이에요. 또 석탄·석유 속 황이 연소하면 황 하나와 산소 원자 두 개가 합쳐진 이산화황(SO₂)이 배출되는데,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지요.

당시만 해도 대기오염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공장이나 가정에선 오염 물질을 공기 중에 그대로 배출했어요. 그러다 1952년 12월 5일 런던의 짙은 안개에 오염 물질이 결합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 거예요.

◇배기가스와 햇빛이 만드는 'LA 스모그'

'런던형 스모그'와 비교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스모그가 바로 'LA형 스모그'예요.

공기 중의 질소(N)는 상태가 아주 안정적이라 산소와 거의 반응하지 않아요. 하지만 연료(석유)와 공기를 한 공간(실린더)에 압축했다가 폭발시키면서 힘을 얻는 자동차 엔진 안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고온·고압 조건 아래 놓인 질소(N)는 산소(O₂)와 결합해 각종 질소산화물을 내뿜는답니다.

질소산화물은 자외선을 받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데요. 질소산화물이 일산화질소(NO)와 산소 원자(O)로 분리되고 이것이 대기 중 산소(O₂)와 결합해 또 다른 산화 물질인 오존(O₃)을 생성하는 거지요. 산소 세 개가 뭉친 오존은 대기 성층권에선 자외선을 막아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지만, 땅에서는 사람 몸에 매우 해로워요.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단백질과 반응하고 세포막을 약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또 기관지와 폐, 심장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어요.

요즘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현상은 중국에서 오는 공장 매연과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가 모두 원인인 '혼합형 스모그(서울형 스모그)'예요. 특히 한국과 가까운 중국 동부 연안에 쓰레기 소각장이 대거 지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미세 먼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미세 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랍니다.


[중국의 거대 공기청정기]


최근 중국과학원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에 높이 100m짜리 거대 공기청정기 '추마이타(除霾塔·스모그 제거탑)'를 세웠어요. 4개 방향으로 설치한 흡입구로 주변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여러 층의 여과 장치를 거쳐 깨끗하게 배출하는 원리예요.

우리나라는 '플라스마(기체가 초고온 상태일 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현상)'를 발생시켜 미세 먼지가 전기를 띠게 한 뒤 반대 성질 전기장으로 멀리 밀어내는 기술을 실험하고 있어요. 대기 중 미세 먼지를 수십㎞ 상공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해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