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구글, 2년 후 상용화 목표… 센서와 칩이 눈과 뇌 대신해요
[자율 주행 자동차]
스스로 달리고 멈추는 자동차, 여러 개 센서로 주변 물체 파악
그래픽 성능 좋아지며 비약적 발전… 美 인명 사고로 경각심 높아졌어요
"혼자서 길을 찾고 달리고 돌고 멈추는 자동차"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꼬마버스 타요'나 '또봇' '카봇' 같은 애니메이션 자동차가 떠오르나요? 요즘에는 이런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동차가 세계적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답니다. 바로 '자율 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예요.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자율 주행 자동차를 상상해 왔어요.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는 '키트'라는 자율 주행차가 나왔는데, 주인공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똑똑한 차였어요. 지금은 사람이 운전대를 놓아도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고, 빨간 신호를 보고 멈추는 수준의 자율 주행차까지 나왔답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스스로 길을 달릴 수 있게 된 데는 어떤 기술이 있는 걸까요?
◇운전자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
부모님이 운전하는 모습을 살펴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에게 잔소리를 하는 동안에도 두 눈으로는 차 바깥을 샅샅이 훑고 있답니다. 정면을 주로 보지만 왼쪽, 오른쪽, 그리고 차 안에 있는 거울(룸미러)을 통해 뒤쪽도 보고 있어요.
- ▲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 주행 자동차 ‘스누버(SNUver)’를 탄 채 자율 주행을 선보이고 있어요. /김지호 기자
자율 주행차에서는 운전자 대신 차 바깥에 달린 여러 센서가 '눈 역할'을 합니다. 센서는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바깥으로 쏘아 보냅니다. 쏘아 보내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센서 종류가 달라지지요. 먼저 '레이더 센서'는 전파를 주변으로 쏘아 보내요. 센서에서 쏘아 보낸 전파는 주변에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전파가 물체에 부딪히면 그중 일부는 센서로 다시 돌아오는데요. 이렇게 전파가 센서에서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계산해 물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파악하는 거예요. 마치 수학 시간에 나오는 '영희네 집에서 철수네 집까지 가는 데 A분이 걸렸다. 영희가 시속 B㎞로 걸었다면, 영희네 집과 철수네 집 사이 거리는 얼마일까'와 같은 문제죠.
자율 주행차에는 이 밖에도 적외선을 쓰는 '라이다(Lidar) 센서'와 초음파를 사용하는 '초음파 센서'가 있어요. 주로 먼 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레이더를 쓰고, 중간 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라이다를, 아주 가까운 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초음파를 쓰지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을 때 쓰는 것과 비슷한 카메라도 활용해요. 공간을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쓰는 거지요. 만드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차 한 대에 20개 넘는 센서가 붙어 있어서 전후좌우 모든 방향을 파악해요.
- ▲ ‘라이다 센서’로 보는 주변 도로 상황. /벨로다인
이런 센서는 자율 주행차만이 아니라 요즘 새로 나오는 일부 자동차에도 달려 있어요. 우리가 탄 차와 앞차 간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면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는 자동차가 대표적이지요. 이 역시 차 앞쪽에 부착된 센서가 거리를 측정하는 거랍니다.
◇운전자의 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칩
사실 운전 중에는 앞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해 자동차를 적절하게 운전하려면 머리를 써야 해요. 자율 주행차에서 운전자의 '머리 역할'을 하는 것은 고성능 컴퓨터 프로세서 칩이에요. 이 칩은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합쳐진 것이지요. 여러 센서에서 보내온 정보를 한데 합쳐 자동차 주변을 입체 그래픽으로 파악하고, 이 형태를 바탕으로 자동차가 지금 속도를 내야 할지, 멈춰야 할지, 돌아서야 할지 등을 판단하는 거지요.
최근 자율 주행차가 빠르게 똑똑해진 배경에는 GPU 성능 향상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러 종류의 센서가 수많은 영상 정보를 모아 오더라도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GPU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눈 깜짝할 시간에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기술이 가능해졌다는 거죠.
컴퓨터 칩만큼 소프트웨어도 중요해요. 같은 자동차라도 프로 카레이서가 몰 때와 초보 운전자가 몰 때는 전혀 다른 것과 마찬가지지요. 마찬가지로 같은 센서, 같은 GPU를 쓰더라도 소프트웨어 성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답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인터넷 기업은 물론 애플, 네이버 같은 기업들도 자율 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 전쟁에 뛰어들고 있어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자율 주행차
- ▲ 구글이 선보인 자율 주행차. /구글
현재 구글 웨이모를 비롯해 중국 바이두, 미국 우버, GM·포드·BMW·도요타 등 전 세계 50여 기업이 자율 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는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초보 운전자가 도로 주행 연습을 많이 하면서 실력을 쌓는 것처럼, 자율 주행차도 시험 주행을 거듭하면서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율 주행차는 아직 완벽하지 않아요. 얼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자율 주행차 사고가 대표적 예예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 교차로에서 시험 주행 중이던 자율 주행차가 길 한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어 버린 거예요. 지역 경찰이 공개한 차량 안 영상을 보면 사고 당시 운전석에 탑승해 있던 직원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자율 주행차가 컴컴한 밤길을 거침없이 운행해 나가다 사고를 낸 거지요.
이번 사고가 "자율 주행차 잘못이 아니며, 사람이 직접 운전했어도 못 막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자율 주행차가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 앞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전파, 적외선, 초음파 등 다양한 센서가 달린 자율 주행차가 보행자를 발견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 실제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앞을 잘 보지 못하지만 전파나 적외선 센서는 어두운 곳에서도 물체를 잘 감지하거든요. 그래서 외신들은 이번 사고가 해당 자율 주행차의 센서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요.
하지만 이 비극이 자율 주행차 시대가 오는 걸 멈추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먼저 구글은 오는 2020년 운전자의 조작 없이 특정 교통 조건에서 일정 구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차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에요. 우리나라의 현대차도 3년 내 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 주행차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힘쓰고 있어요. 다만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고 아무런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 '완전 자율 주행차'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전망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