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근로자 여가 늘지만 임금 줄어… '주 48시간'서 '40시간'까지 약 60년 걸렸죠
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을 한 주에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앞으로 여러분 부모님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6시간이나 줄어든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새로운 법을 둘러싸고 산업계와 노동계에서 우려가 만만치 않아요. 전보다 근로시간이 줄면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근로시간 단축은 역사적으로 노동자 권리 보호를 상징하는 쟁점이었어요. 과거 농업 사회에서 근로시간이란 '해 뜨고 나서부터 해 질 때까지'나 다름없었지요. 그런데 18~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어린이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가 하루 14시간 이상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당했고, 그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1866년 '1일 8시간 근로'가 사회주의 국제 노동 운동의 강령(기본 방침)으로 채택됐고, 이후 소련·미국·독일·스웨덴 등 여러 나라가 이 생각을 따르기 시작했답니다.
- ▲ 1835년 영국 면직물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모습. 당시 근로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해야 했어요. /위키피디아
오늘날 같은 '주당 40시간 근로제'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처음 논의됐는데요. 지지부진하다 1962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이를 '달성해야 할 사회적 기준'으로 선언하면서 근로시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나라는 1953년 '1일 8시간 근로 또는 주당 48시간 근로'가 근로기준법에 도입됐지만 이를 지키는 공장이나 회사는 거의 없었어요. 근로자들은 지저분한 쪽방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하루 16시간씩 살인적 근무 강도를 견뎌야 했지요. 1960~70년대 많은 노동자 시위와 희생으로 근로기준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고, 이후 1989년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었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주당 40시간 근로(연장 근로 포함 최장 68시간)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휴일과 야간 근무 등을 포함하면 주당 68시간 일하는 근로자도 많았는데, 이번에 이를 52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거예요.
이번 조치로 근로자들은 전보다 많은 여가를 누리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월급도 줄 수 있어요.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월급은 7.9%(41만7000원), 중소기업(30~299명)은 12.3%(39만1000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산업계도 '근로시간이 줄면 전과 같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해서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분위기예요.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한 해 12조3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해요.
이제는 개인의 삶을 충분히 누리면서 업무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