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슈만·슈베르트, 빠른 선율로 '봄의 설렘' 노래했어요
입력 : 2018.03.31 03:00
[봄을 표현한 음악]
전 세계가 기다리는 '빈 신년음악회'… 슈트라우스 봄의 왈츠로 유명해요
슈만은 결혼의 기쁨 담아 '봄' 작곡, 드뷔시도 '봄'에 자유 영감 담았죠
만물이 살아나는 계절, 봄이 왔습니다. 요즘엔 미세 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싱그러운 봄 내음을 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요. 이럴 때는 반가운 봄을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들을 감상하며 향긋한 계절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위대한 작곡가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 우리 곁에 찾아온 봄을 각자의 개성으로 매우 특별하게 그려냈어요.
봄의 기쁨을 노래한 왈츠부터 만나볼까요? 새해를 맞는 1월은 겨울이지만,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음악 행사인 '오스트리아 빈 신년 음악회' 분위기는 봄에 가깝답니다. 바로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Strauss·1825~1899)의 왈츠곡 '봄의 소리' 때문이죠. 클래식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방송이나 행사용 음악으로 친숙한 곡이에요.
봄의 기쁨을 노래한 왈츠부터 만나볼까요? 새해를 맞는 1월은 겨울이지만,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음악 행사인 '오스트리아 빈 신년 음악회' 분위기는 봄에 가깝답니다. 바로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Strauss·1825~1899)의 왈츠곡 '봄의 소리' 때문이죠. 클래식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방송이나 행사용 음악으로 친숙한 곡이에요.
-
- ▲ ‘빈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봄의 소리’덕분에 봄 분위기에 가깝답니다. /조선일보 DB
보통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음역이 높고 기교적으로 빠른 음을 화려하게 노래하는 소프라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하는데요. 리하르트 게네(Genee)가 쓴 가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종달새는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부드럽게 부는 훈풍은/ 사랑스러운 숨결로 벌판과 초원에 입 맞추며 봄을 깨우네/ 만물은 봄과 함께 빛을 더해간다….'
인생의 봄을 멋지게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올해로 서거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Debussy·1862~1918)는 당시 젊은 작곡가 대부분이 도전하는 '로마 대상'(프랑스 예술원이 회화·조각·음악 등 여러 부문에 걸쳐 경연 대회를 열고 수여하는 상)에 지원해 22세이던 1884년 대상을 받았어요. 이 상의 특전은 수상한 사람에게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요. 로마에서 공부를 시작한 드뷔시는 예술의 자유를 속박하는 듯한 그곳 분위기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답니다.
자유로운 영감을 표현하고자 했던 드뷔시가 만든 교향 모음곡 '봄'은 로마에 머물던 2년을 대표하는 걸작이에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그림 '봄'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원래 합창단과 피아노 두 대가 함께 연주하는 곡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로 피아노 두 대가 연주하거나 관현악단(오케스트라)이 연주하지요. 느린 1악장과 빠르고 명랑한 2악장으로 나누어지는데, 봄바람이 불며 따뜻해진 대지에 새싹이 몸집을 키우고 땅과 하늘의 기운이 결합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요. 금관악기(호른·트럼펫 등 금속으로 만든 악기)가 우렁찬 연주를 하는 마지막 부분은 한껏 무르익은 봄의 찬란함을 표현하죠.
-
- ▲ 프란츠 슈베르트(왼쪽), 로베르트 슈만. /위키피디아
그야말로 '인생의 봄'을 맞이한 슈만의 행복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 걸작은 낭만파 시인 아돌프 뵈트거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바꾸어라.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을 바꾸어라. 봄이 가까이 왔다!" 뵈트거의 힘찬 시구처럼 슈만의 교향곡은 봄을 떠오르게 하는 강인한 생명력, 새로운 계절을 맞는 설렘, 사랑으로 채워진 열정을 담고 있지요.
슈만은 처음 구상할 때 네 악장에 각각 '봄의 시작' '황혼' '즐거운 놀이' '무르익은 봄'이라는 작은 제목을 붙였는데요. 모든 곡을 감상하고 나면 이 제목들처럼 봄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분을 전부 느낄 수 있답니다.
겨울처럼 추운 인생을 보냈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봄날을 동경했던 음악가도 있어요. 바로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Schubert·1797~1828)입니다. 그는 자신의 대표곡집인 '겨울 나그네'란 이름처럼 31년 짧은 인생을 늘 외롭고 춥게 보냈어요. 궁핍한 가운데 자신의 예술을 알아주는 친구들 몇 명 사이에서만 행복을 느꼈지요. 그랬기에 슈베르트가 맞이하는 봄은 더욱 감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828년 만든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은 피아노와 성악, 클라리넷이 함께 연주하는 특별한 구성의 노래예요. 전반부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진 목동의 허전한 마음을 나타내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후반부는 따뜻한 봄이 오기를 고대하는 목동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서로 다른 두 가지 악상(樂想·음악적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와 헬미나 폰 셰치라는 두 시인의 작품을 가사로 삼았어요.
'나는 높은 언덕에 올라서서 깊은 계곡을 내려보며 노래한다/ 가슴 깊이 들어있는 고뇌로 나의 기쁨은 끝나고/ 세상의 모든 희망은 내게서 떠났다…(중략) 숲속의 노래는 동경하듯 울리고/ 황홀한 힘에 의해 마음을 하늘로 이끈다/ 봄이 왔다/ 봄은 나의 기쁨/ 이제 나는 여행을 준비한다….'
마음속에 찾아온 봄을 기쁘게 노래한 슈베르트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가 맞는 이 봄날도 더욱 감사하게 느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