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인간은 이기적 존재?… "공정성도 중요한 경제적 선택"
입력 : 2018.03.27 03:03
최후통첩 게임
- ▲ /Getty Images Bank
영국의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프랑스의 장 바티스트 세이 같은 18~19세기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이면서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독일의 현대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Güth)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살펴보기 위해 1982년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는 실험을 했어요. 만약 고전파 경제학자들 주장대로 인간이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라면 스스로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실험 방식은 다음과 같아요. 난생처음 만난 두 사람(A와 B) 앞에 현금 10만원이 있어요.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이때 A가 돈 10만원을 얼마씩 나눠 가질 것인가 B에게 '최후통첩'하듯 제안하기로 했어요. B는 A의 제안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제안을 거절하면 단 한 푼도 받지 못해요. 합리적 인간이라면, A가 B에게 '내가 9만원을 갖고 당신에게 1만원만 주겠다'고 하더라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유리하지요. 제안을 거절하면 1만원은커녕 한 푼도 받지 못할테니까요.
그런데 막상 실험을 했더니 결과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 제안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1만원이 아니라 3만원을 준다고 해도 '불공평하다'며 제안을 거절한 것이지요. 또 제안자도 자기가 돈을 훨씬 더 많이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단 5대5나 6대4 정도로 비교적 공평하게 나누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이는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기적으로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이익이나 공정성, 자신의 명예 같은 것을 중요한 행동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알려줘요. 지나치게 불공정하거나 편파적인 선택에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죠.
보통 한 나라 최고 지도자가 바뀌면 수많은 정책이 덩달아 바뀌어요. 지금도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제도 확대, 토지 공개념 도입 같은 획기적 정책이 도입됐거나 검토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공평성이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게 설령 내게 당장 작은 이득이 되더라도 국민이 정책 수용을 거절하는 혼란이 올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