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희귀병 고통 딛고 우주 기원 연구한 '천재 물리학자'

입력 : 2018.03.23 03:10

스티븐 호킹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Hawking·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76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전 세계는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지요. 영국 정부는 호킹 박사의 유해를 영국 왕족이 잠들어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하기로 결정했어요.

호킹 교수는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과학자예요.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모든 걸 삼켜버리는 존재'인 블랙홀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혔다면, 호킹 교수는 그런 블랙홀도 뜨거운 열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는 '호킹 복사(輻射)' 이론을 주장해 유명해졌지요. 최초의 우주가 블랙홀의 한 점(點)인 '특이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수학 공식으로 입증하기도 했어요.

스티븐 호킹
/조선일보 DB
무엇보다 호킹 교수가 위대한 점은 온몸을 마비시키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노력해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올라섰다는 사실일 거예요.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는 어린 시절 스스로를 '책벌레'라 불렀을 만큼 책을 좋아한 조용한 소년이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학자였지요. 옥스퍼드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21세가 되던 해 '루게릭병(근육이 쪼그라들며 온몸이 마비되는 질환)' 진단을 받습니다. 의사는 "앞으로 1~2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해요.

하지만 호킹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어요. "그전까지 내 꿈은 혼란스럽기만 했고, 나는 내 삶을 지겨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나는 삶을 더 즐기게 되었다."

그의 증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됐어요. 병을 얻은 후 더 치열하게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한 호킹 교수는 1974년 영국왕립학회 최연소 회원, 1979년 케임브리지대 루커스 석좌교수가 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요. 시련은 한 번 더 왔어요. 1985년 폐렴 후유증으로 기관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으면서 목소리를 잃은 것이었지요. 최근에는 온몸이 거의 마비돼 눈꺼풀만 움직여 컴퓨터를 통해 외부와 의사소통을 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그는 휠체어를 끌고 전 세계를 돌며 우주의 기원을 알리는 강연과 인터뷰를 하고,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인공지능의 악용을 경고하는 활동을 펼치는 뜨거운 삶을 살았답니다.

호킹 박사는 생전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어요. 그의 이론 대부분이 우주의 기원에 대한 것이었고, 직접적인 실험·검증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의 타계 이후 세계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당신과 동시대를 사는 영광을 누리게 해줘 고맙습니다, 호킹."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