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탱크처럼 돌진하는 동물… 마지막 남은 '북부흰코뿔소' 수컷 최근 사망했죠

입력 : 2018.03.22 03:12

코뿔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북부흰코뿔소 수컷 '수단'이 19일(현지 시각) 케냐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수단'은 세계에 남은 북부흰코뿔소 세 마리 중 유일한 수컷이었는데, 올해 마흔다섯 살(평균 수명 40~50년)인 데다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을 겪자 케냐 국립공원 측에서 결국 안락사를 시킨 거예요. 그동안 많은 과학자가 '수단'을 암컷들과 인공수정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는데, 수단이 사망하면서 앞으로 북부흰코뿔소는 지구상에서 영영 볼 수 없는 '멸종 동물'이 되었답니다.

코뿔소는 코 위에 날카롭게 솟구쳐 오른 긴 뿔이 특징인 육상동물이에요. 가장 몸집이 큰 코끼리 다음으로 덩치가 큰데, 몸길이가 최장 4.6m나 되고 몸무게가 성인 남성 수십 명을 합친 3.8t까지 이르기 때문에 '무적(無敵) 탱크'처럼 보이지요. 코뿔소가 시속 50~55㎞로 돌진하면 사자도 놀라 피한다고 해요. 치명적 무기는 입안에 감춰진 크고 단단한 송곳니이지요.

생전에 북부흰코뿔소 수컷 '수단'을 케냐 자연보호구역 관리원이 돌보는 모습이에요.
생전에 북부흰코뿔소 수컷 '수단'을 케냐 자연보호구역 관리원이 돌보는 모습이에요. /AP 연합뉴스
코뿔소의 상징인 뿔은 콧잔등 피부에 붙어 있어요. 소뿔이나 말발굽, 사람 손발톱 성분과 같은 케라틴(단백질) 덩어리인데 칼슘이 박혀 마치 뼈처럼 단단해요. 긴 것은 1.5m를 넘는다고 해요. 눈이 작고 시력이 나빠 냄새나 소리로 주변을 살피지요. 피부는 두께가 5㎝ 정도로 아주 두껍고 질겨요. 탄탄한 콜라겐(단백질)층이 격자(가로세로를 직각이 되게 짠 구조) 형태로 짜여 있어 사자가 마구 물어뜯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아요. 하지만 뜨거운 햇볕에 민감하기 때문에 곧잘 화상을 입는답니다. 그래서 흙탕물에 뒹굴며 피부를 보호하고 몸에 붙은 진드기를 쫓아낸답니다.

코뿔소는 크게 아프리카 코뿔소와 아시아 코뿔소가 있어요. 아프리카 코뿔소는 콧잔등에 뿔이 2개 있고, 아시아 코뿔소는 뿔이 하나 있지요. 아프리카 코뿔소는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 2종인데 이 중 북부 아프리카에 사는 흰코뿔소가 '수단'을 비롯해 단 세 마리만 남아 있었던 거예요.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살기 때문에 주둥이가 가로로 길고 펑퍼짐하지요. 검은코뿔소는 크기가 작고 주로 나뭇잎을 따 먹기 때문에 주둥이가 길쭉하게 나와 있어요. 두 동물 모두 피부색이 전혀 희거나 검지 않은데, 흰코뿔소는 아프리카인들이 부를 때 발음이 '화이트(white)'와 비슷하게 들려서 그런 이름이 붙었고 검은코뿔소는 흰코뿔소와 구별하고자 이름 붙였다고 해요.

아시아 코뿔소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대에 살아요. 수마트라 코뿔소는 체중 1t 정도로 가장 작은 코뿔소예요. 자바 코뿔소는 2t 정도의 중형 코뿔소로 60마리 정도만 살고 있지요. 인도 코뿔소는 3.8t으로 아주 큰데 피부가 겹친 듯 접혀 있어 아주 단단해 보여요.

코뿔소 뿔은 한때 약재와 장식품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개당 수억원씩 거래됐어요. 밀렵꾼들이 잡아들여 지난 100여 년간 50만마리에서 약 3만마리로 줄었답니다.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