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얼음 덩어리 든 다이아몬드 발견… 지구 내부 비밀 풀어줄까

입력 : 2018.03.21 03:06

[지구의 내부]

다이아몬드는 맨틀에서 만들어져요… 美 연구팀, 이 광물에서 얼음 발견
맨틀에 물의 존재 가능성 보여주죠 "지구 내 물질 이동 재해석해야"

지구 속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지구 속 여행'이라는 소설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지구 중심부에 대한 상상력을 펼친 적이 있어요.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화산 분화구를 통해 지구 중심부까지 다녀온답니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과 차이가 많아요. 지구 속은 무시무시하게 뜨거운 데다 맨틀과 핵으로 채워져 있어서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지하 깊은 곳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통해 지구 내부의 새로운 비밀을 알아냈다고 해요. 오늘은 지구 속을 여행해볼게요.

◇베일에 싸인 지구 내부

우리가 사는 지구의 내부는 크게 지각(地殼·지구 표면), 맨틀(mantle), 외(外)핵, 내(內)핵으로 구성돼요. 지각은 지구를 둘러싼 딱딱한 껍질로 대륙 지각은 보통 지하 약 35㎞까지, 해양 지각은 지하 약 5㎞까지를 말하지요.

그 아래부터 약 2900㎞ 지점까지는 맨틀이라는 뜨거운 암석층이 있어요. 맨틀은 지구 부피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철과 알루미늄, 칼슘 등을 포함하는 광물로 이뤄져 있지요. 깊이가 깊어질수록 온도가 뜨거워지는데, 지각과 맨틀 경계선은 500~900도이지만 외핵 근처에선 4000도에 달한다고 해요. 맨틀은 지하 약 370㎞ 지점을 기준으로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많은 과학자들이 상부 맨틀의 대류 운동(뜨거운 것이 올라가고 차가운 것이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으로 인해 지구의 '판'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 대부분이 맨틀 운동으로 판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현상이지요. 맨틀 아래부터 약 5100㎞ 지점까지는 액체 상태의 외핵이 있고, 거기서부터 약 6400㎞ 지점까지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어요.

지구의 내부 구조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이러한 지구 내부 구조는 지진파를 이용해서 알아낸 것이에요. 지진파의 속도나 진행 방향은 지구 속에 어떤 물질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지진파 중 S파는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요. S파를 지구 내부를 향해 쏘면 곧게 나아가다 지구 내부의 어느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고 꺾여요. 즉, 지구 내부에 액체가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가 바로 외핵에 해당한답니다.

반대로 지진파 중 P파는 액체와 고체를 모두 통과할 수 있고 고체에서 가장 빠르게 나아가요. 지구 내부로 P파를 쏘면 외핵을 통과한 뒤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외핵 다음에 고체 상태인 내핵이 있다는 것을 뜻하지요.

그런데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대 올리버 샤우너 박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등에서 수집한 다이아몬드를 분석했더니, 지구의 맨틀 깊숙한 곳에 광물 외에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뜨거운 암석만 가득한 줄 알았던 맨틀에 물이 존재한다니, 무슨 말일까요?

◇맨틀에 물주머니가 있다고?

다이아몬드는 보통 땅속 수백㎞ 아래 맨틀층에서 만들어져요. 이곳은 지표면보다 압력도 크고 온도도 아주 높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탄소(C) 원자들이 수억 년에 걸쳐 특정한 분자 구조를 이루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화산이 분출할 때 지표면으로 튀어나오지요.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 질소나 알루미늄 등 다른 물질이 끼어들기도 해요. 불순물이 많이 섞이면 보석으로서 가치는 상당히 떨어지지만,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연구 대상이 돼요.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지구 속 환경이 어떤지, 그곳에 어떤 물질들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샤우너 박사팀은 이들 다이아몬드 속에서 특수한 얼음(제7형 얼음)을 발견했어요. 연구 대상이 된 다이아몬드는 538도 이상의 온도와 땅속 400~800㎞의 압력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 같은 엄청난 고압 상태에서 특수 얼음이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진 거예요. 과거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고압 특수 얼음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자연 상태의 고압 얼음을 발견한 건 처음이었지요.

이 특수 얼음은 일반 얼음과 많이 달라요. 일반 얼음이 1기압일 때 섭씨 0도 이상에서 액체(물)가 된다면, 고압 특수 얼음은 영상에서도 단단한 고체(얼음) 상태를 유지하지요. 지구상에서 마치 암석(광물)처럼 존재하는 거예요. 과학자들은 고압 특수 얼음이 지하에서는 액체 상태였다가 점차 지표면 쪽으로 올라오면서 온도와 압력이 낮아져 고체(얼음)가 됐으리라고 보고 있지요.

이 같은 특수 얼음의 존재는 다이아몬드가 생성됐을 당시 지구 속에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지구 속 최대 800㎞ 깊이에 있는 맨틀 층에 물이 존재한다고 예상할 수 있는 거예요. 이는 생명체 존재와는 상관이 없지만, 지구 내부에 대한 기존 이론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물이 지각 위 바다에만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맨틀에 물이 있다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배웠던 지구 속 물질의 이동이나 판(대륙)의 이동을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가 맨틀에 암석만 있다고 가정하고 열의 이동이나 물질(광물)의 이동, 대륙의 이동(여러 대륙이 조금씩 움직인다는 이론)을 설명했는데 맨틀에 물이 포함되면 열·물질이 이동하는 속도나 방향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우리가 사는 지구 속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랍니다.

박태진·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