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널빤지문' 마을, 휴전회담 거쳐 南北 정상회담으로 주목

입력 : 2018.03.20 03:08

판문점

우리나라와 북한이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어요. 앞서 2000년·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는데, 이번에는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한 것이죠.

판문점은 1953년 7월 27일 휴전(休戰)협정이 맺어진 곳이에요. 처음 휴전을 의논하기 위해 남과 북은 북한 개성 북쪽에 위치한 내봉장에서 예비회담을 열었는데, 주변에서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안전과 중립성이 문제가 되었어요. 이에 따라 38도선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중 하나인 널문리마을(북위 37°57'20″)에서 회담을 가졌지요. 널빤지로 만든 문이 있다고 해서 '널문(板門)리'로 불리던 작은 시골 마을은 갑자기 역사적인 장소가 되었어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측 판문각을 바라본 모습.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측 판문각을 바라본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휴전회담은 '널문리가게'(주막을 겸한 조그마한 가게) 앞 콩밭에 급히 만든 임시 건물에서 열렸어요. 회담은 중국어를 포함한 3개 국어로 진행됐는데, '널문리가게'를 중국어로 표기하기 마땅치 않아 '판문점(板門店)'이라 썼어요. 1953년 휴전협정 서명을 위해 나무로 만든 건물인 '평화의 전당'을 새롭게 만들었지요.

판문점 주소는 우리 측 기준으로 보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이고, 북한에서 따지면 개성시 판문군 판문점리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와 북한 어느 쪽의 행정권도 미치지 않는 특수 장소예요. 그래서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이라는 의미로 'JSA(Joint Security Aria)'라 불려요. 이 같은 공점공유(共占共有)는 지구상 유례가 없었지만, 1976년 미군이 북한 경비병에 의해 살해당하는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측 경비병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분리됐어요.

판문점은 '데칼코마니(물감을 칠한 뒤 종이를 반으로 접어 대칭 무늬를 만드는 기법)' 같은 공간이랍니다. 휴전선을 경계로 양측이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시설물을 각각 1곳씩 갖고 있어요. 우리 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은 양쪽을 대표하는 업무 시설이에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은 우리 측 회담 장소이고, 이와 비슷한 '통일각'은 북측 회담 장소예요. 또 휴전선을 중심으로 여러 단층 막사가 일렬로 서 있는데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안에서는 남과 북이 휴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지요.

판문점은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로 표현했을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이 흐르는 장소예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판문점이 통일과 화합의 마당이 되길 기대해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