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美, 관세 올려 대공황 탈출 시도했지만… 전 세계로 불황 퍼졌죠
입력 : 2018.03.16 03:12
[고율 관세 부과(스무트 홀리법)]
1929년 '대공황' 발생하자 미국은 수입품에 59% 관세 매겼죠
영국 등 유럽도 보복 관세 도입해 공장 도산·실업자 늘며 공황 장기화
얼마 전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産)을 포함해 외국에서 만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아주 높은 관세(외국 물건에 부과하는 세금)를 매기겠다고 밝혔어요. 외국에서 만든 물건에 세금을 많이 매기면 수입품 가격이 아주 비싸지지요. 그러면 기업 등 소비자가 외국산 물건 대신 국내산 물건을 많이 구입하게 돼요.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답니다. 특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인데 이는 대공황 당시 발생했던 상황"이라고 했지요. 1930년 세계를 휩쓴 대공황 당시 미국이 수입품에 관세율을 사상 최고로 매기는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제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예요. 오늘은 대공황과 스무트 홀리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대공황을 확산시킨 스무트 홀리법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주가(주식 가격)가 전날보다 11%나 떨어진 사건에서 시작했어요.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사람들은 긴급히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지요. 주식 값이 하락하자 기업이 무너졌고,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답니다. 특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인데 이는 대공황 당시 발생했던 상황"이라고 했지요. 1930년 세계를 휩쓴 대공황 당시 미국이 수입품에 관세율을 사상 최고로 매기는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제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예요. 오늘은 대공황과 스무트 홀리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대공황을 확산시킨 스무트 홀리법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주가(주식 가격)가 전날보다 11%나 떨어진 사건에서 시작했어요.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사람들은 긴급히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지요. 주식 값이 하락하자 기업이 무너졌고,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답니다.
- ▲ 1931년 대공황 당시 미국 시카고의 한 상점에서 무료 수프와 빵을 배급받기 위해 줄 선 실직자들 모습. /위키피디아
그런데 미국 경제를 대공황의 늪으로 더욱 깊이 빠트린 것은 관세에 있었답니다. 대공황이 발생하자 당시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수입품 가격을 올리면 사람들이 미국산 물건을 쓸 테니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거예요.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이었던 윌리스 홀리와 상원 세입위원장이었던 리드 스무트는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법안을 제출했어요. 그것이 바로 쓰러진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만여 개가 넘는 외국 수입품에 관세율을 최고 59%까지 매기는 내용의 일명 '스무트 홀리법'이었어요.
처음 법안을 만들 당시엔 미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농산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자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너도나도 자기들 산업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자 결과적으로 2만여 개에 달하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모양새가 됐지요.
◇스무트 홀리법이 가져온 비극
1930년 5월 이 법안이 통과되자 많은 사람은 부푼 기대를 감추지 못했어요. 내수 기업의 매출이 오르는 반짝 효과를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어요. 가격이 전보다 두 배나 비싼 수입품을 사려는 사람이 없자 미국에 물건을 수출하던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거예요.
관세 장벽의 힘을 실감한 유럽 여러 나라는 자국 물건이 팔리지 않자 서둘러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법안을 제정하기 시작했어요. 영국은 일반 관세법을 만들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32% 관세를 매겼고, 프랑스·독일·캐나다도 미국에 '보복 관세'를 매겼지요. 이렇게 전 세계에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답니다.
유럽 전역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물건 가격은 하루아침에 두 배로 뛰었어요. 유럽 시장에서 미국 물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거예요. 1929년 한 해 동안 미국은 유럽에 23억달러의 상품을 수출했는데, 1932년에는 7억8400만달러로 크게 줄어들었지요. 같은 시기 미국으로 수출한 유럽 물건 액수도 13억달러에서 4억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말았어요.
결국 자기 나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매긴 것이 오히려 미국산 물건 수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거예요. 미국의 많은 수출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해 공장 문을 닫아야만 했지요. 유럽도 미국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공장들이 도산했어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가족을 이끌고 거리를 전전하며 끼니를 걸러야 했지요. 당시 미국의 경우 실업률은 1929년 3% 수준이었으나 1933년에는 25%를 기록했어요. 넷 중 한 사람이 실업자였으니 거리는 구걸하는 사람으로 넘쳤지요.
이처럼 스무트 홀리법은 처음 취지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으면서, 경제 대공황을 미국 너머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켰답니다. 금방 해결될 것 같던 경기 불황도 장기 대공황으로 이어졌지요. 이 법안을 도입한 두 의원은 1932년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치권에서 사라지고 말았어요.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무역 전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다음과 같이 비판했어요.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썼는데 완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다. (중략) 외국산 소재·부품 없이 미국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공장 수백~수천 개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품 산업 보호를 외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산업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보복 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져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되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조치가 제2의 스무트 홀리법이 되지는 않을지, 그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어떠한 타격을 입을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어요.
☞호혜통상협정(Reciprocal Tariff Act)
스무트 홀리법이 실패하자 1934년 미국의 새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는 '호혜통상협정'을 만들었어요. 상대 국가가 미국에 대해 관세를 낮춰줄 경우 미국도 그 나라 물건에 대해 최고 50%까지 관세율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이에 따라 1939년까지 미국은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20국과 통상협정을 체결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