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하겐家 자녀·마이어 남매… 최고의 한마음 앙상블이죠
[가족 실내악단]
가족으로 구성된 클래식 연주팀 많아 오랜 시간 함께해 환상의 호흡 이뤄
정명화·경화·명훈 남매 '정 트리오'… 우리나라 대표하는 음악 가족이에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행복을 전한 행사였어요. 특히 마지막 날까지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은 경기는 컬링이었는데요. 친자매와 그 친구들로 이뤄진 여자 컬링 대표팀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얼음판 위 과녁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그 외 다른 나라 대표팀들도 형제나 자매 등 가족으로 구성된 팀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지요.
클래식 연주에도 여러 사람이 한뜻으로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실내악(여러 사람이 연주하는 합주곡)이에요. 그래서 실내악 분야에는 어려서부터 함께 음악을 공부하며 성장한 가족으로 짜인 팀이 많답니다. 오늘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가족 실내악단, 그중에서도 형제·자매가 주축이 된 음악가들을 알아볼게요.
먼저 소개할 팀은 올해로 창단 37주년을 맞는 오스트리아의 현악 4중주단 '하겐 콰르텟(4중주단)'입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유서 깊은 음악 가문인 하겐가(家) 자녀 네 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1981년 만들어졌어요. 초기 단원은 제1바이올린 루카스, 제2바이올린 안젤리카, 비올라 베로니카, 첼로 클레멘스였지요. 네 사람은 각각 잘츠부르크, 독일 하노버, 스위스 바젤, 미국 신시내티 등 서로 다른 음악학교를 다녔지만, 어린 시절 음악적 바탕을 만들어준 사람은 같았답니다. 바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악장(樂長)을 지낸 아버지였지요.
- ▲ 남매로 구성된 오스트리아의 현악 4중주단 ‘하겐 콰르텟’이 올해 1월 네덜란드에서 공연하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1987년 안젤리카가 독주자(혼자 연주하는 음악가)로 활동하기 위해 팀을 떠났지만 다른 단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하겐 콰르텟'의 중심 레퍼토리(연주곡목)는 역시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그들의 조국인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했던 작곡가들 작품이에요. 한국 공연도 자주 해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지요. 2016년에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 등이 작곡한 아름다운 현악 4중주곡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어요.
오빠·남편과 팀을 이룬 여성 음악가도 있어요. 바로 독일의 대표적인 클라리넷 연주자인 자비네 마이어가 만든 '트리오 디 클라로네'라는 그룹이죠. 자비네 마이어는 23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을 뽑는 오디션에 합격해 이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 후 독주자 활동을 시작하며 클라리넷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존 레퍼토리는 물론, 다양한 실험과 편곡 작업으로 클라리넷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답니다.
'트리오 디 클라로네'는 1983년 결성됐는데요. 자비네 마이어가 오빠 볼프강과 함께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고향인 크라일스하임에서 모차르트 작품을 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이때 연주한 곡이 모차르트가 바셋 호른(클라리넷의 일종으로 클라리넷보다 몸체가 더 길고 낮은 소리를 내는 악기)을 위해 만든 3중주곡이었지요. 바셋 호른과 클라리넷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이어 남매와 자비네의 남편인 라이너 벨레는 이후 피아노, 색소폰 연주자 등과 함께 다양한 앙상블(ensemble·2명 이상이 하는 연주)을 펼치며 청중에게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어요.
피아니스트 자매가 두 대의 피아노로 멋진 화음을 들려주는 팀도 있어요. 프랑스의 '라베크 듀오'(2중주단)입니다. 언니인 카티아 라베크, 동생 마리엘 라베크로 구성된 이 팀은 역시 첫 스승이 피아니스트인 엄마였지요. 프랑스 파리음악원을 졸업한 라베크 자매는 1969년 첫 앨범을 녹음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는데요. 대중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이에요.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피아노 두 대로 연주한 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요.
바로크 시대부터 21세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라베크 듀오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민속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주해요. 언니인 카티아가 외향적이고 정열적인 성격이라면 동생인 마리엘은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향이어서 이러한 대조적인 성격이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 ▲ 정명화·경화·명훈 남매의 ‘정 트리오’. /이준헌 객원기자
어렸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 연주하던 친구들이 헤어지지 않고 친형제처럼 활동하는 실내악단도 있어요. 이번 달 27일과 28일 첫 한국 공연을 갖는 유럽 체임버(Chamber·실내악단) 오케스트라입니다. 1981년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끌던 유럽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해체되자, 헤어지기 아쉬웠던 젊은 음악가 13명이 자발적으로 그룹을 만들었어요. 함께 연주를 시작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무려 250여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실내악단이 되었답니다. 음악으로 맺어진 단결력이 가족 못지않게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