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J노믹스·아베노믹스·모디노믹스… 지도자의 경제 비전 담았죠

입력 : 2018.03.09 03:06

['∼노믹스(∼nomics)']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가 원조… 美 레이건이 추진한 경기 부양책
기업 세금 감면이냐 복지 확대냐, 각 정부의 철학과 목표 반영해요

요즘 언론에 'J노믹스(J―nomics)'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J노믹스란 문재인 대통령 이름의 영어 철자인 'J(제이)'와 한 나라의 경제 상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붙여서 만든 용어예요. 즉,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말하는 거지요.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 이름 뒤에 '~노믹스'를 붙여서 쓰고 있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아베노믹스(아베 총리+노믹스)', 인도의 '모디노믹스(모디 총리+노믹스)'가 있지요. 오늘은 '~노믹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할게요.

◇'레이거노믹스'가 원조

'~노믹스'의 원조는 1980년대 초 등장한 '레이거노믹스'예요. 1981~1989년 미국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Reagan·1911~2004)의 이름을 딴 용어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말하지요.

1980년대 초 미국은 1978년 2차 오일 쇼크(중동 석유 공급이 줄어서 전 세계 기름 값이 크게 오른 현상)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까지 겪으면서 나라 경제가 불안정했지요. 이에 레이건 대통령은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여러 가지 규제를 풀어주고 정부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답니다.

1981년 7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1981년 7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레이건 대통령은 먼저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공급자 주도 정책'을 펼쳐나갔어요. 공급자 주도 정책이란 경제활동의 주체인 수요자(소비자)와 공급자(기업·공장) 가운데 공급자 입장에서 더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걸 말해요.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없애주면 이익이 늘어 더 좋지요. 그러면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레이거노믹스는 성공을 거둬, 레이건 집권 말기 미국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릴 수 있었어요. 이후 언론들이 어떤 지도자의 특징적인 경제정책을 이야기할 때 그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의 이름을 따서 '~노믹스'로 표현하기 시작했답니다.

우리나라 역대 경제정책 중에서도 '~노믹스'로 불린 예들이 많아요. 이명박 전 대통령(재임 2008~2013년)이 추진한 'MB노믹스'는 레이거노믹스처럼 정부의 간섭과 기업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에 대한 세금을 적게 매겨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이었어요. 이를 통해 빈부 격차와 저(低)성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2013~2017년)의 경제 정책도 '근혜노믹스'(또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로 불렸는데, 첨단 과학 기술을 경제 전반에 접목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는 '소득 주도 성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MB노믹스, 근혜노믹스와 확연히 달라요. 대기업에 세금을 많이 매기고 작은 기업을 지원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 제도를 확대해서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요. 그 결과 서민들 소비가 늘면 기업의 매출도 증가해 전체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대처·아베·모디도 '~노믹스'

1982년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모습.
1982년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모습. /위키피디아

역사적으로 레이거노믹스만큼 유명한 경제 정책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재임 1979~1990년) 전 총리의 '대처노믹스'(또는 대처리즘)예요. 레이건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 집권한 대처 총리는 실질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15%의 물가 상승률, 7%의 실업률 등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지요. 세금은 많고 일자리는 없고 사람들은 무기력했기 때문에 당시 영국 사회를 '영국병'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에 대처는 주택구입 보조비 같은 각종 복지 제도를 축소하고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고 공기업을 민간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영국 경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어요. 노동조합 활동을 통제하면서 고용과 해고가 쉬워지게 만들었지요. 이 같은 정책은 노동계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영국 사회를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현재 유명한 경제정책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들 수 있어요. 아베 총리는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저성장의 늪에서 일본 경제를 구하겠다며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았어요.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돈을 많이 풀고, 엔화 가치를 낮춰서 수출을 활성화하고, 물가 상승률을 2~3%대 유지하는 방식으로 일본 경제를 이끌어나가고 있지요.

하층 카스트(인도 계급) 출신으로 인도 총리가 된 나렌드라 모디의 '모디노믹스'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낙후돼 있는 인도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고속철도를 깔거나 도시를 재정비하는 등 사회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해 수출 제조업을 키우려는 정책이지요. 이를 위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철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인도판 대처노믹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노믹스'란 결국 한 정치 지도자의 경제정책 원칙과 철학, 비전, 목표, 그리고 구체적 수단을 모두 말하는 거예요. 어떤 정책이 옳고 그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그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지요. 한번 방향 설정을 잘못하면 국민 모두는 물론 나라 전체에 큰 손실을 끼치기 때문에 경제 정책을 선택할 때는 그때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효율적으로 여겨지는 정책을 정하는 게 중요해요.

여러분도 오늘부터 나만의 경제 정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민석이는 민노믹스, 지영이는 지노믹스를 만들어서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갖고 어떻게 저축하고 소비할지 계획을 세워보세요. 경제를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길 거예요.

☞분수효과와 낙수효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분수효과(Fountain effect)’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있어요. ‘분수효과’란 복지 확대나 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이것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전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거예요. 반대로 ‘낙수효과’는 기업에 매기는 세금을 줄여주면 이것이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을 말해요.





 

천규승·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