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왜 신용카드 회사는 고객 대신 돈을 먼저 내주는 걸까요?

입력 : 2018.03.02 03:11

[신용카드]

1950년 미국서 신용카드 첫 등장… 고객 신용 증명하는 '외상 보증서'
가맹점 수수료로 다양한 혜택 제공… 현금보다 안전하지만 과소비 우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네모난 신용카드로 소비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필요한 물건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병원 진료를 받고, 세금을 내는 등 신용카드가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소득이 있는 성인이라면 신용카드 몇 장 정도는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카드 회사에서 저마다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저렴한 연회비에 통신비, 공과금(국가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금전적 부담), 교통비 할인까지 내놓고 있지요.

신용카드를 쓰는 소비자는 카드 회사에 '제때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이 항상 있어요. 그런데 카드 회사에서는 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까지 카드를 사용하라고 하는 걸까요?

◇제3의 화폐, 플라스틱 머니

신용카드는 은행이나 카드 회사가 회원의 신용을 증명해 주는 일종의 '신용 보증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 신용이란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해요. 그 사람의 소득과 재산의 정도를 일정한 숫자로 나타낸 것이지요. 이를 근거로 카드 회사에서 개인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줘요. 그래서 신용카드를 현금이나 수표에 이은 '제3의 화폐' 또는 '플라스틱 머니'라고 말해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소비생활을 하고 있어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소비생활을 하고 있어요. 카드 회사에서 저마다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용카드는 일종의 '외상(값은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물건을 사거나 파는 일)'이라고 보면 돼요. 먼저 카드 회사는 소득이나 나이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줘요. 카드를 발급받은 소유자(회원)가 가맹점에서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회사는 소유자를 대신해 해당 가게(가맹점)에 2~3일 후쯤 돈을 지불해 주지요. 그러면 지정된 결제일에 카드 회사가 카드 소유자로부터 그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가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카드 회사는 카드 소유자에게 일정한 연회비를 받아요. 또 가맹점으로부터는 고객의 신용 위험, 즉 고객이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을 대신 부담하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지요.

신용카드(credit card)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약 130년 전인 1888년이에요. 미국의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에드워드 벨러미가 쓴 소설 '돌이켜보면(Looking Backward·1888)'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작품에선 기존 화폐가 다 사라지고 1년치 임금이 입금된 신용카드가 등장해요. 오늘날 선불카드(先拂·고객이 미리 지불한 금액을 저장해 놓고 잔액 범위 내에서 지급해 주는 카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화폐 없이 모든 소비생활을 위한 지불 수단으로 처음 카드가 등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신용카드? 잘 써야 이득!

카드 회사들은 가맹점 수를 늘려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어요. 그래서 회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하려고 하지요. 회원들이 받는 혜택은 상당 부분 가맹점이 카드 회사에 내는 수수료 등으로 부담하는 거예요.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출액의 약 1.89%랍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전체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요즘엔 카드 회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에 수수료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요.

가맹점 입장에선 카드 회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현금만 받았을 때는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을 소비자까지 끌어들여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신용카드로 물건을 계산하면 주인이 일일이 잔돈을 세지 않아도 되고 도난 사고를 당하지 않으니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아요.

소비자에게도 신용카드가 현금에 비해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결제하기에도 편해요. 과거엔 현금을 잃어버리면 찾기 어려웠지만, 신용카드는 분실했을 때 신고를 하면 손해를 입지 않아 안전하지요. 대학 등록금처럼 목돈이 필요한 경우 과거엔 오랫동안 돈을 모아야 했지만, 이제는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몇 개월에 나누어 갚는 식으로 가계부를 꾸릴 수 있어요.

기업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 정확한 매출 내역, 거래 내역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회계 처리가 가능해요. 국가에서도 기업 매출과 세금 납부 내역 등을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나라 재정을 꾸려나가는 데 편리해요.

하지만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카드 때문에 과소비나 충동구매가 늘 수 있어 신중해야 해요. 자기 지불 능력을 넘어서는 소비생활을 하면 결국 카드 회사에 제때 돈을 지급하지 못하는(연체) '불량 거래자'가 될 수 있거든요. 또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만들면 개인 정보가 그만큼 외부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정 발급하는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최초의 신용카드]

1949년 미국 뉴욕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중년 사업가인 프랭크 맥나마라(McNamara)가 친구와 저녁 식사를 했어요.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봤더니 지갑을 호텔방에 놓고 나온 거예요. 아내가 와서 계산을 해 창피를 면했지만, 그는 이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업자인 랠프 슈나이더와 함께 1950년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카드'를 만들었어요.

맥나마라와 슈나이더가 개발한 다이너스 카드의 초기 회원은 약 200명으로, 고객들이 레스토랑 27곳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었어요. 결제는 매월 말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협의했지요. 카드의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1년 만에 회원이 2만명으로 늘어났고, 종이 카드도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답니다.

이후 비싼 연회비를 지불할 수 있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을 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고급 레스토랑 가격 할인, 공항 라운지 서비스 같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심묘탁 사당청소년문화의집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