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문어는 머리, 달팽이는 배에 다리 달려… 때론 더듬이 역할도 해요

입력 : 2018.03.01 03:07

동물의 다리

동물의 다리는 땅을 딛고 몸을 움직여주는 기관이에요. 다리가 4개인 포유류는 손이 없이 모두 발이지만,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영장류는 손과 발이 각각 2개이지요. 다리는 걷고 달리고 뛰고 차고 파고 잡고 자르는 등 각각의 쓰임새에 맞게 일해요.

동물은 크게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구분해요. 무척추동물 중 한 종류인 연체동물은 기이한 형태로 다리가 붙어 있어서 여기서 이름을 따 동물을 분류해요. 배를 껍데기 밖으로 꺼낸 채 기어가는 달팽이는 배가 곧 다리여서 '복족류(腹足類)'라 해요. 연체동물 중 가장 많은 동물이 복족류에 해당해요. 도끼 모양 근육질 다리를 껍데기 밖으로 내어 모래나 땅을 파고들어 가거나 기어다니는 조개는 '부족류(斧足類)'랍니다. 주로 물속이나 진흙 속에 살지요. 오징어나 문어처럼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는 동물을 '두족류(頭足類)'라 해요. 우리는 '다리'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선 '팔'이라고 하지요.

문어처럼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는 동물을 ‘두족류(頭足類)’라 해요.
문어처럼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는 동물을 ‘두족류(頭足類)’라 해요. /위키피디아

또 다른 무척추동물인 절지동물은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어요. 곤충류·거미류, 게·새우류, 지네류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약 80%가 절지동물에 속해요. 그중 하나인 지네는 절지동물 중 다리가 매우 많은 동물이라서 '다족류(多足類)'라 불러요. 마디마다 1~2쌍의 다리가 달렸고, 특히 머리통 바로 아래 첫째 다리엔 뾰쪽한 독침이 달렸어요. 몸의 마디가 자유롭게 구부러지고 다리가 많으니 돌이나 낙엽 작은 틈으로 빠르게 기어들어 가요. 역시 절지동물인 메뚜기와 벼룩은 소문난 뜀뛰기 선수이고, 소금쟁이는 길고 가느다란 다리로 물 위를 쑥쑥 미끄러져 나가요. 비밀은 다리에 달린 부드러운 방수(防水)성 털이랍니다.

동물의 다리는 걷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요. 수달과 오리는 물갈퀴가 달린 다리로 헤엄을 치고, 날다람쥐나 박쥐는 발에 날개막이 있어서 날개 구실을 하지요. 게나 가재, 랍스터의 다리 10개 중 커다란 다리 한 쌍은 집게발이에요. 물건을 잡고 자르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무기이지요. 호랑이나 독수리 같은 육식동물의 다리는 상대 살가죽을 찢어버리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요.

꿀벌의 다리는 새 생명을 키우는 귀중한 기관이에요. 꽃가루를 묻힌 채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도와줘요. 때론 더듬이처럼 예민한 감각기관 역할도 하는데, 마다가스카르의 아이아이원숭이는 기다란 다리로 나무를 탁탁 두드려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 감지하고 잡아먹어요. 물떼새는 갯벌을 발가락으로 찰방찰방 두드려 기어나온 벌레를 집어 먹고, 코끼리는 육중한 다리로 10㎞나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코끼리의 존재를 감지하고 신호를 주고받지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