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수십억 명 시청하는 올림픽… 기업 마케팅 경연장이죠
[올림픽의 경제효과]
기업들 수천만달러 내고 후원… IOC, 중계권도 팔아 수익 얻어요
1928년 美 코카콜라가 마케팅 효시, 지나친 상업화 우려 목소리 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가 뜨거워요.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신에게 바치던 제전(祭典·제사 의식) 경기 중 하나였지만, 1896년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했답니다.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축제인 만큼 올림픽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오늘은 올림픽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올림픽은 '황금알 낳는 거위'?
올림픽은 하계 기준 200여개, 동계 기준 90여개 나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다 전 세계 수십억 시청자들이 방송을 시청하기 때문에 기업에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의 장'이에요. 유명한 기업들은 올림픽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과 브랜드를 전 세계에 선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기업뿐 아니라 개최국 역시 올림픽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요.
우선 개최국은 올림픽을 유치해서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새롭게 만들고, 대규모 경기장이나 숙박 시설을 건설하면서 많은 투자를 받아요. 또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소비가 활발해지는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지요. 그리고 개최국이나 개최 지역의 인지도가 올라가서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할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지요. 개발도상국 가운데 많은 나라들이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하는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 ▲ 지난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 모습. 독일 선수단이 입장하자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독일 국기가 알려지고 있어요. /오종찬 기자
올림픽이 경제적 효과를 많이 낳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1985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선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드는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올림픽 마케팅'에 나섰답니다. '올림픽 파트너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글로벌 기업을 올림픽 후원 기업으로 선정해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올림픽 상징물인 오륜기와 올림픽 로고를 사용하면서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예요.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지요. 또 IOC는 각 나라 방송사에 TV 중계권을 판매하거나 올림픽 마스코트·상징물 등을 이용해 저작권 판매 사업을 벌이면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어요.
사실 '올림픽 마케팅'은 고대 올림픽 시절에도 있었다고 해요. '스폰서십'이라는 말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올림픽 참가 선수가 특정한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훈련을 하는 일이 있었지요.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올림픽에서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자국 선수단에 코카콜라를 무료로 제공해 미국 내 코카콜라 열풍을 일으킨 것이 근대 올림픽 마케팅의 효시라 볼 수 있답니다.
◇수천만달러 내도… "홍보 효과 좋아"
1984년 미국 LA올림픽은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올림픽으로 기록되고 있어요. 당시 LA올림픽은 시 당국에서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고 무려 2억달러 넘는 흑자를 남겨 '유베로스 매직(magic·마법)'이라는 말까지 들었답니다.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피터 유베로스가 과감하게 도입한 마케팅이 큰 효과를 냈기 때문이지요. 그는 방송사에 비싼 돈을 받고 독점 중계권을 주는 방식, 올림픽 상징물과 마스코트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방식 등으로 흑자를 이끌어냈어요.
기업들이 올림픽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는 비용은 해마다 크게 오르고 있답니다. 기업당 평균 수천만달러의 돈을 내야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후원 기업으로 선정되면 수십~수백 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에요.
방송 중계권료는 1948년 영국의 BBC가 약 1000파운드(144만원)를 지급하고 중계권을 가져간 것을 시작으로 매 올림픽마다 크게 올라 평창의 경우 9억6300만달러(1조4600억원)에 달한답니다. IOC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계권료가 차지할 정도이지요. 지나친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엄청난 올림픽 개최 비용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재원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물론 평창올림픽이 '적자 올림픽'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얼마 전 평창 조직위 보고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대회 운영 수익이 2조7329억원, 지출이 2조7820억원으로 약 561억원 정도 적자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정산을 하면 400억원대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요.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얻을 기쁨과 희망, 정정당당한 승복 정신 같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일 거예요.
☞밸리 효과(valley effect)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개최국 경제 상황이 올림픽 이후 급속도로 침체하는 현상을 의미해요. 올림픽 후유증(post-Olympic slump)이라고도 하지요.
올림픽을 치르기 전 개최국에서는 경기·숙박 시설을 짓고 도로를 내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해요. 또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때문에 지역 경기도 상승세를 타지요.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갑자기 투자와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에 빠질 수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이에요. 올림픽에 쓴 돈이 애초 예상의 20배가 넘어 정부가 빚더미에 올랐고, 캐나다 사람들은 올림픽 때문에 진 빚을 갚느라 30년간 올림픽특별세를 부담해야 했지요. 러시아 정부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54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지금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