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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피플] 국민 감동시킨 '빙속 여제'의 눈물… 부상 딛고 銀 따냈어요

입력 : 2018.02.23 03:11

이상화

이상화 선수
/고운호 기자
"매번 금메달을 따다 보니 은메달엔 기회가 없었달까요? 은메달도 대단한 거잖아요. 저 엄청 수고했어요."

'빙속 여제' 이상화(29·사진)가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에요. 37초3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는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답니다. 최종 결과를 확인한 이상화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고, 고다이라와 어깨동무를 한 채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어요.

이상화에게 이번 평창올림픽은 네 번째 올림픽이에요. 열일곱 살이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m에서 5위를 차지한 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부상을 딛고 '안방 무대'인 평창에서 기어이 은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보인 거예요.

오빠를 따라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상화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력이 남달랐다고 해요. 초등학교 시절 연습 도중 오른쪽 턱이 날에 베여 11바늘이나 꿰맸지만 꾹 참고 울지 않았을 정도였지요. 부모님이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게 할까 봐 그랬다고 해요. 중학교 때는 종아리를 다쳐 12바늘을 꿰맸는데 실밥을 그대로 달고 대회에 나갔고, 사춘기 시절엔 골프선수 박세리의 사진을 일기장에 오려붙이고 '나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일기장 맨 앞엔 항상 '난 할 수 있어'라고 썼다고 해요.

누구나 인정하는 '빙상 전설'이지만, 평창에서 이상화의 3관왕 달성은 사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지난해 3월 선수 생명을 건 대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소치올림픽 전부터 이상화는 오른쪽 다리의 하지정맥류(다리 혈관이 튀어나오거나 푸르게 비치는 질환)로 극심한 통증을 겪어왔는데요. 이것이 2016~2017시즌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됐었다고 해요. 이상화는 결국 평창올림픽을 1년도 채 남기지 않고 수술을 택했고, 이후 회복에 집중하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거예요.

다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상화를 볼 수 있을까요? 이상화는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몸 상태가 나태해지기 때문"이라며 여운을 남겼답니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기상, 낮잠, 훈련 등 빽빽한 일정으로 쪼개놓은 7개의 알람을 끈 것이라는 이상화의 다음 도전이 더욱 궁금해져요.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