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자본주의 몰락 점쳤지만… 오히려 끊임없이 수정하며 발전했죠
[마르크스 경제학]
올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자본주의 문제 날카롭게 지적하며 '국가가 생산 수단 통제해야' 주장
인간의 욕구 읽지 못해 실패했죠
올해는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역사학자·사회학자였던 카를 마르크스(Marx·1818~1883)가 태어난 지 200주년 되는 해예요.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이끄는 자본주의가 반드시 몰락하게 돼 있으며 노동자(프롤레타리아)가 승리하는 공산주의 사회를 꿈꾼 혁명가였지요. 그의 이론은 현실에서 사실상 실패했지만,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답니다.
◇마르크스, 잉여가치설 주장하다
마르크스는 200년 전 독일 라인주(州)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자유주의·계몽주의 사상을 가진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네덜란드 귀족 출신이었지요. 자유롭지만 교양 있고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1836년 베를린대학에서 법과 역사·철학 등을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무신론(신은 없다고 믿는 사상)을 믿는 급진주의자가 됐답니다.
대학교수가 되고 싶어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마르크스는 1842년 급진적 반(反)정부 신문인 '라인 신문' 편집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의 나이 스물네 살 때 일이었지요.
- ▲ 카를 마르크스가 저서 ‘자본론’을 들고 공산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19세기 그림.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르크스는 영국의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이론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중 '노동가치설'을 좀 더 집중적으로 배웠는데,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잉여가치설'을 만들었지요.
노동가치설이란 우리가 사는 물건의 값어치가 노동자가 일한 시간이나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에요. 한마디로 비싼 물건은 노동자가 그만큼 공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이고, 싼 물건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는 얘기지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요. 노동자는 원래 자기 임금만큼 물건을 만들며 일을 해야 하는데, 실제론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물건 가치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즉, 물건 가격이 1000원이면 노동자 임금도 1000원이어야 하지만, 실제론 800원만 임금으로 주면서 자본가가 200원이란 부당한 이윤을 가져간다는 얘기지요.
마르크스는 노동자로 구성된 계층을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 하고 자본가 계층을 '부르주아 계급'이라 불렀는데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마르크스는 두 계급이 잉여가치를 두고 격렬한 갈등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자본가는 더 많은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 노동자 임금을 계속 끌어내리려고 할 것이고, 노동자 계급은 이에 불만을 품고 결국 '혁명'을 일으킬 거라는 주장이었지요.
그렇다면 그는 무슨 해결책을 제시했을까요?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국가가 자본가 대신 '생산 수단'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여기서 생산 수단이란 공장이나 회사 등을 뜻해요. 또 노동자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방식으로 생활하지 말고 '자기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방식'(공산주의)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여러 가지 모순으로 실패한 혁명
- ▲ 마르크스의 대표적인 저서들. (왼쪽부터)1848년 엥겔스와 펴낸 ‘공산당 선언’, 1867년 출간한 ‘자본론’. /위키피디아
우선 마르크스는 물건의 가치가 노동 시간이나 노동력의 양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부정했어요.
예를 들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은 왜 공짜에 가깝고, 그렇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비쌀까요? 마르크스는 이에 대해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선 노동자가 광산을 뚫고 지하로 들어가 힘들게 망치질을 해야 하지만, 물을 생산해내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언뜻 맞는 설명 같지만 이런 노동가치설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비싼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답니다. 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에선 다이아몬드를 얻을 때 사람들의 효용(만족도)이 물을 소비할 때 얻는 효용보다 크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하지요.
또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낮은 임금으로 착취하기만 하고 정작 자기는 물건의 가치를 만드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물건의 가치에는 노동자의 노동력뿐 아니라 자본가의 다양한 경영 활동 결과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한 개의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립·생산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동력뿐 아니라 어떤 스마트폰을 만들지 결정하고 판매와 홍보 활동에 나서는 자본가의 노력도 일정하게 포함돼 있거든요.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는 개인이 자기 재산을 갖는 것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동기를 약하게 만들었어요. 또 공산주의에선 자본가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물건을 만들어 팔도록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계획을 세워 모든 물건과 자원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도록 했지요.
그래서 공산주의 체제에선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과 욕구, 아이디어가 발휘될 기회가 없었고 그 결과 사회 전체적인 활력이 떨어지면서 몰락하고 말았답니다.
이제 자본주의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통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주식 매매 등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어요. 정부 역시 다양한 복지 정책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요. 이처럼 자본주의가 마르크스의 예상과 달리 끊임없이 자기 수정을 하면서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