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혀는 파랗고 입냄새는 지독해… 바다 얼음 위 북극곰의 세계

입력 : 2018.02.16 03:07

'북극곰'

짙푸른 잉크를 한가득 풀었나 봐요. 이곳의 겨울은 숨을 내쉬면 바로 얼어버릴 만큼 추운 북극(北極), 지구의 북쪽 끝이에요.

여름의 북극은 해가 지지 않아요.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아서 빛이라고는 달빛, 별빛, 오로라의 초록빛뿐이고요. 그토록 척박한 땅에 누가 사느냐고요? 어디 보자, 거센 바람과 눈 뜨기 힘들 만큼 세찬 눈보라 사이로 북극곰이 쏙 고개를 내미네요. 일생 대부분을 북극해의 단단한 얼음과 새하얀 눈 위에서 보내는 커다란 해양 포유동물이에요.

북극곰 책 속 일러스트
/고래뱃속

제니 데스몬드가 쓰고 그린 '북극곰'(고래뱃속)은 우리를 북극곰의 하루로 초대해요. 겨울이 오면 북극곰은 드넓게 펼쳐진 얼음 위로 먹이를 찾아 몇 킬로미터를 걸어요.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얼음 위에서 몇 달 동안 살아야 하는데도 북극곰은 사람과 똑같은 체온을 유지해요. 두 겹의 털, 튼튼한 가죽과 피부 아래 두꺼운 지방층을 가지고 있거든요.

북극곰은 길고 날카로운 이빨 42개를 가졌어요. 혀는 파랗고, 입에선 지독한 냄새가 나지요. 으르렁, 그르렁, 치익, 쉬익, 끙끙,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고요. 목이 길어 머리를 물 밖에 내민 채 헤엄칠 수 있고, 얼음 구멍으로 목을 쑥 집어넣어 맛있는 먹이인 물범을 찾을 수도 있어요. 하얗게 보이지만 실제 털은 노랗거나 회색에 가깝고, 피부는 또 까매요. 북극곰의 나이는 어떻게 셀까요? 나무의 나이테처럼 북극곰 이빨 속에 난 테두리 수를 세어보면 알 수 있어요.

오늘날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기후변화예요.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늦봄이 오면 얇아진 바다 얼음 위를 쓱쓱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고리무늬물범을 잡아먹어야 해요. 북극곰은 물범의 지방층에서 수분을 섭취하는데, 바다 얼음이 너무 짜서 못 먹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여름이면 북극의 얼음이 더 일찍 녹고, 가을에는 더 늦게 얼게 됐어요. 이러면 북극곰은 얼음이 녹은 바다로 이동하면서 먹이를 거의 구할 수 없게 돼요. 살이 쭉 빠져버린 북극곰에게 얼음이 다시 얼기까지 시간은 너무도 길지요. 가을이 올 때까지 충분히 살찌지 않으면 암컷은 새끼를 밸 수 없고, 겨울에도 계속 사냥을 다녀야 하거든요.

북극곰의 덩치가 크다고 해서 무서워하지는 마세요. 북극곰은 똑똑하고, 잘 놀고, 호기심 많은 동물이니까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처럼 아늑한 곳에 웅크리고 엎드려 자는 것도 좋아해요. 북극곰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랍니다.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