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원유·모래 섞인 '오일샌드'… 수증기로 원유만 쏙 빼내요

입력 : 2018.02.14 03:11

[석유와 오일샌드]

동식물 유해 묻혀 만들어진 '석유'… 끓는점 따라 경유 등 여러 제품 생산
최근 고유가로 '오일샌드' 채굴 늘어… 2톤에서 석유 1배럴 얻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서울에서 과학자들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오일샌드(Oil Sand)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고 해요. 오일샌드란 원유(原油·가공하지 않은 석유)를 포함하고 있는 모래 또는 원유가 달라붙어 있는 돌을 가리켜요. 유전(油田·석유를 함유한 지층 지역)이 없는 우리나라도 최근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는데 참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석유와 오일샌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할게요.

◇석유가 제품으로 태어나는 3단계

석유(Petroleum)는 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Petra'에 라틴어로 기름을 뜻하는 'Oleum'을 합친 단어예요. 먼 옛날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들이 죽어 땅에 묻히면 오랜 세월 지열(지구 안에서 흘러나오는 열)과 높은 압력 등 여러 작용을 받아 지하 깊숙한 곳에서 기체(가스)나 액체(석유) 상태의 탄화수소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석유랍니다.

석유는 땅속을 이동해 다니다 특정한 지층 내에 모이는데, 이렇게 석유가 대규모로 고여 있는 지역을 유전이라고 해요. 주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대륙 등에 많지요. 이런 지층은 석유가 쉽게 스며들지 않고 한곳에 고여 있을 수 있도록 아주 촘촘하게 짜인 암석들로 둘러싸여 있어요.

[재미있는 과학] 원유·모래 섞인 '오일샌드'… 수증기로 원유만 쏙 빼내요
/그래픽=안병현
그런데 자연 그대로의 석유(원유)는 연료로 바로 사용하기 힘들어요. 석유를 구성하는 탄화수소의 분자 구조가 매우 다양한데, 구조와 성질이 다른 것들끼리 섞여 있기 때문에 석유를 정제(精製·불순물을 없애 물질을 순수하게 만드는 일)하고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답니다.

원유는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정제돼요. 먼저 원유를 이루는 물질들은 저마다 끓는점이 다른데, 이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석유를 만들어내는 '증류' 작업을 하지요. 원유를 긴 원통 모양의 증류탑에 넣고 아래쪽에 열을 가해 끓이면 원유의 여러 물질이 끓는점이 낮은 물질부터 차례대로 분리돼요. 증류탑의 맨 아래가 가장 뜨겁고(약 370도) 맨 위쪽이 가장 온도가 낮기(약 25도) 때문에 가장 덜 뜨거운 꼭대기에서부터 다른 성분의 기체가 차례차례 분리돼 나온답니다. 이를 차갑게 식혀서 다양한 석유 제품을 얻는 거지요.

끓는점이 350도 이상인 증류탑의 가장 아래쪽에선 중유(heavy oil)가 생산돼요. 이어 끓는점 250~350도에선 윤활유, 220~250도는 경유(light oil), 150~240도는 등유, 40~75도는 휘발유, 25도 이하에선 LPG(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가 각각 뽑아져 나와요. 중유는 배의 연료, 윤활유는 윤활제, 경유는 디젤차 연료, 등유는 비행기 연료, 휘발유는 자동차 연료, LPG는 가정용 난방 연료로 쓰이지요. 증류탑 가장 밑에는 원유를 끓일 때 나오는 일종의 석유 찌꺼기인 역청(비투멘·bitumen)이 나오는데, 아스팔트나 왁스 원료로 쓰이지요.

이렇게 증류된 석유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요. 이때 특정한 석유 제품에 다른 제품을 혼합해서 바이오에탄올(옥수수·감자 등 녹말 작물에서 추출한 알코올을 석유와 섞은 것)이나 바이오디젤(유채꽃·콩 등에서 추출한 식물 기름을 경유와 섞은 것)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만들기도 해요.

◇고유가에 대한 대안은 오일샌드?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주목받는 오일샌드는 특정 지층에 고여 있는 유전에서 뽑아낸 원유처럼 좋은 품질이 아니고 물이나 모래 등 다양한 물질과 함께 섞여 있어요. 그래서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려면 얼음을 녹이거나 거품, 물, 모래 같은 각종 불순물을 떨어내는 분리 과정을 거쳐야 한답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일샌드를 발견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고 방치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최근 원유 값이 크게 오르면서 '오일샌드를 채굴해보자'는 나라가 늘기 시작한 거예요. 덕분에 오일샌드가 많이 매장돼 있는 캐나다가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석유가 왜 모래와 뒤범벅된 채 묻혀 있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지구의 지각 운동으로 석유 지층이 지표면 쪽으로 솟아 오르면서 이러한 지대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때 일부 탄화수소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렸기 때문에 오일샌드에서 추출하는 원유는 일반 유전에서 뽑아낸 것보다 찐득찐득하고 새까맣답니다. 이것이 바로 역청으로, 앞서 원유를 증류할 때 가장 뜨거운 온도에서 분리된다고 설명한 석유 찌꺼기와 같아요.

캐나다의 경우 오일샌드 지층이 대부분 지하 수백m 이내에 분포하고 있어서 '지하 채굴 방식'을 사용해요. 땅속에 관 두 개를 꽂아서 내려가게 한 뒤, 오일샌드가 있는 지역에 다다르면 한쪽 관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분사해 모래와 기름 등을 녹이고 다른 관으로 녹은 원유를 땅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보통 오일샌드 2t에서 약 1배럴(159L) 정도의 원유를 얻는다고 해요. 그리고 오일샌드는 종류에 따라 1~18% 정도 역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비중이 12%가 넘을 때 '오일샌드를 채굴할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지요. 역청을 가공해 자동차 연료 등 일반 원유를 증류해 얻을 수 있는 석유 제품처럼 만들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역청 같은 중질유(重質油·물보다 무거워 가라앉는 기름)를 쓰임새가 많고 가치가 높은 경질유(輕質油·물보다 가벼운 기름)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