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리스트, 빠른 피아노 리듬 반복해 휘날리는 눈 표현했어요
입력 : 2018.02.10 03:07
[눈(雪)을 표현한 작품]
눈 내리는 모습 다룬 음악 작품들
사랑 이루지 못한 '눈아가씨' 전설, 혹독한 러시아의 한겨울 풍경 등 개성 있는 선율로 묘사하고 있죠
오늘은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이에요. 평창은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눈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 작품들을 소개하려고 해요.
헝가리 출신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Liszt·1811~1886)는 살아있을 때 작곡가보다 피아니스트로 더 유명했어요. 현란한 피아노 연주 기교를 자랑하던 그는 매우 어려운 곡을 많이 작곡했는데요. 그의 작품 중 가장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은 곡은 12개 연습곡으로 구성된 '초절기교(超絶技巧·출중하게 뛰어난 기교) 연습곡'이랍니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1852년 완성한 이 곡들은 정말 어려워서 리스트 자신만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죠.
헝가리 출신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Liszt·1811~1886)는 살아있을 때 작곡가보다 피아니스트로 더 유명했어요. 현란한 피아노 연주 기교를 자랑하던 그는 매우 어려운 곡을 많이 작곡했는데요. 그의 작품 중 가장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은 곡은 12개 연습곡으로 구성된 '초절기교(超絶技巧·출중하게 뛰어난 기교) 연습곡'이랍니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1852년 완성한 이 곡들은 정말 어려워서 리스트 자신만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죠.
- ▲ 러시아 모스크바의 눈 내리는 풍경. 러시아 출신 작곡가 차이콥스키, 스비리도프 등은 자국의 눈 내리는 겨울을 음악으로 묘사했답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로 사망한 지 100년이 되는 프랑스의 클로드 드뷔시(Debussy·1862~1918)는 '인상주의 기법'으로 작곡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인상주의 기법이란 사람이나 사물, 자연환경, 예술 작품 등을 접하고 받은 주관적인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거예요. 드뷔시는 '슈슈'라는 딸을 무척 사랑했는데요. 그래서 슈슈를 위해 여섯 곡으로 된 재미있는 피아노 소품집(형식이 간결하고 규모가 작은 악곡 모음)을 만들었어요.
'어린이 차지'라는 제목이 붙은 이 소품집의 네 번째 작품 이름은 '눈이 춤춘다'예요. 이 곡은 눈이 조금씩 내리다가 점점 함박눈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호기심 많은 어린이가 신기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펼쳐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솜털 같은 눈을 바라보며 들뜨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어린이의 마음이 작품 속에서 느껴져요.
- ▲ 리스트(왼쪽), 차이콥스키
극중 아버지인 '마로즈(추위)'와 어머니 '봄' 사이에서 태어난 딸 '눈의 요정'은 햇빛이 없는 숲속에서 자라났지만 사랑이 넘치는 인간 세상을 늘 그리워해요. 그러다가 친구의 애인인 미즈기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죠. 눈의 요정은 미즈기르를 통해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알게 되지만 아버지 마로즈를 미워한 태양신의 저주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해요. 결국 눈의 요정은 뜨거운 여름을 맞아 완전히 녹아 사라지고 만답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러시아 설화(說話)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풍겨요.
러시아는 겨울이 혹독하게 추운 나라죠. 러시아 작곡가 게오르기 스비리도프(Sviridov·1915~1998)가 만든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눈보라'는 러시아의 겨울 풍경을 매우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어요. 스비리도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유명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에게 음악을 배운 후 러시아 문학과 민요의 영향을 받은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어요. 그중 '눈보라'는 스비리도프의 대표작으로,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눈보라'(1964년)를 위해 만든 영화 음악이랍니다.
영화는 여주인공 마리아와 젊은 장교 블라디미르의 엇갈린 운명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스비리도프의 음악과 정말 잘 어울려요. 모두 아홉 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가운데 '로망스'로 불리는 느린 악장이 제일 유명하지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애절하고 슬픈 선율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데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2003~2004시즌 쇼트 프로그램에서 이 음악을 선택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어요.
봄의 문턱에서 느낄 수 있는 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 차이콥스키(Chaikovskii·1840~1893)가 만든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사계(四季)'예요. 12개월의 서로 다른 자연을 표현한 열두 개 작품으로, 차이콥스키가 1876년 음악 잡지 '누벨리스트'에 1년간 연재한 피아노 소품곡이지요.
이 작품에서 4월을 다룬 곡의 제목이 '눈꽃'인데요. 눈속에서 피어나는 예쁜 꽃, 봄 햇살에 사르르 녹는 눈의 모습을 서정적인 선율과 편안한 피아노 화음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차이콥스키는 규모가 크고 웅장한 교향곡(오케스트라 곡)이나 협주곡(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곡)도 잘 썼지만 이렇게 부드럽고 맑은 느낌의 피아노곡도 여럿 남겼답니다.
아무리 오래갈 것 같은 추위도 조금만 기다리면 따스한 봄에 자리를 내주겠죠. 평창의 눈 속에서 꿈과 열정을 펼칠 전 세계 모든 선수들에게 우리 모두 뜨거운 응원을 보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