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불황 직후 성장률 크게 오르는 이유… 비교 시점에 따른 '통계 착시'죠

입력 : 2018.02.09 03:03

[기저효과]

기준점 따라 결과 다른 '기저효과'
취업자 수·물가상승률·수익률 등 다양한 경제지표에서 나타나지요
비교 시점과 경제 상황 함께 봐야

신문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작년 대비 올해 매출액이 ○%(퍼센트) 증가했다' '전월(前月) 대비 이달 수출액이 ○% 감소했다' 같은 내용이 많이 나와요. 이런 경제지표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과거와 비교해서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질지 어려워질지 예측하기도 하고,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만들거나 개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결정을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정보가 비교하는 기준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해요. 바로 기저효과(基底效果·Base effect) 때문이랍니다. 오늘은 경제지표 속 기저효과에 대해 알아볼게요.

◇기준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위축

기저란 '기초가 되는 밑바닥'이란 뜻으로 '비교를 할 때 기준으로 삼는 특정한 지점'을 말해요. 그래서 기저효과란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켜요.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성적이 올랐다거나 내렸다고 할 때는 다른 시점의 성적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요. 어떤 학생이 이달 시험에서 70점을 받았다고 할 때 이를 시험을 가장 못 봤을 때랑 비교하면 '점수가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시험을 아주 잘 봤을 때랑 비교하면 '성적이 떨어졌네'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경제지표를 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황으로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을 때를 기준 삼아 현재 경기(景氣·경제 상태)를 분석하면 여러 가지 지표가 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요. 하지만 호황을 누릴 때와 비교할 경우엔 대부분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타나지요. 비교 대상으로 삼는 두 시점 중 분모가 되는 수치(기준 시점)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서 결과 값이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착시'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경제지표를 접할 때는 통계 수치를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어떤 시점과 비교해서 분석했는지 알아보고 그 시기 상황을 고려해야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경제지표를 접할 때는 통계 수치를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어떤 시점과 비교해서 분석했는지 알아보고 그 시기 상황을 고려해야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Getty Images Bank

기저효과는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 기업 수익률, 취업률 등 다양한 경제·경영 지표에서 나타나요.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무·배추·당근 등 채소류 가격이 1년 전(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해 12.9%나 하락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정작 소비자들은 '채소 가격이 작년보다 떨어졌다니 말도 안 된다'며 의아해했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무·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올해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지요.

◇경제성장률·취업자 수도 잘 살펴봐야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경제 위기 직후의 경제성장률입니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만든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합한 것)이 작년보다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한 나라 경제가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10년 6.5%란 매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었는데요. 이후부터는 매년 2~3%대 비슷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2010년에 우리나라에 대단한 호황이 찾아왔던 걸까요?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까지 위축되면서 그해 경제성장률(0.7%)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2010년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진 것처럼 보였던 거지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난 후 주식시장에서도 기저효과가 나타나요. 주식시장이란 기업의 주식(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는 대가로 주는 증서)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곳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한국거래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등이 있어요.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지표가 나타나면 주가가 곧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요. 그래서 경제지표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경제성장률이나 기업의 매출 증가율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놓고 볼 때 과거 불황 때와 비교해 좋아진 것으로 보이면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주식 가격) 상승을 이끌어낸답니다. 그러나 이런 상승이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라면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의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고 주식시장에는 혼란이 찾아올 수 있지요.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취업자 수에도 기저효과가 숨어 있어요. 통계청은 매달 '고용 동향'을 발표하며 '이달 취업자가 늘었다' 혹은 '이달 취업자가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데요. 이때 비교 대상은 1년 전 취업자 수이기 때문에 정말 취업 시장의 상황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면밀하게 봐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정부는 그달 취업자 수가 1년 전(2016년 9월)에 비해 30만명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어요. 언뜻 취업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같은 증가세는 실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2016년 9월의 취업자 수가 유난히 적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2016년 9월 긴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일하는 사람이 적게 집계된 것이지요. 그런데 2017년에는 추석 연휴가 9월이 아닌 10월에 있었기 때문에 9월 취업자 수가 마치 크게 증가한 것처럼 기저효과가 나타난 거예요.

이처럼 기저효과는 일종의 '통계에 의한 착시'로 수치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 때문에 경제지표를 접할 때에는 통계 수치를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어떤 시점과 비교해서 분석했는지를 알아보고 그 시기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08년 9월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말해요. 리먼 브러더스 파산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이 파산한 사건으로, 저소득층에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했어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은행이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출 상품보다 금리(금융 이자)가 더 높아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미국 정부가 금리를 1%에서 5.25%로 수차례 크게 올리면서 상당수 저소득층이 너무 커진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금을 제대로 갚을 수 없었지요. 이로 인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약속한 기한 내에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거대 투자은행까지 파산하기에 이른 거예요.



심묘탁·㈔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