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10년 원정으로 유럽·아시아 걸친 대제국 건설… '헬레니즘' 시대 열어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리스 북부 지역 마케도니아의 왕
페르시아 등 정복하고 33세로 사망… 두 나라서 모두 자랑하는 위인이죠
'마케도니아' 국명 사용 놓고 분쟁 중
얼마 전 그리스인 수만 명이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주(州)의 한 도시에서 '마케도니아를 나라 이름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어요. 그리스 국경 북쪽에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인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있는데, 그리스인들이 이 국명(國名)에 대해 '그리스 역사의 상징인 마케도니아란 이름을 도용했다'며 반발해왔거든요.
'마케도니아'는 고대 그리스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기원전 323년)이 통치했던 왕국 이름이에요. 그리스 북부에도 이 이름을 딴 마케도니아주가 있을 만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모두 자랑스러워 하는 이름이지요. 오늘은 한때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세 대륙에 걸쳐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던 마케도니아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마케도니아, 그리스 중심으로 떠오르다
현재 그리스 북부 지역과 마케도니아 공화국 일대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케도니아인들이 살고 있었어요. 오랜 기간 그리스인에게 '변방의 야만인'이라고 무시당했던 이들은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고대 이란 제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도 속절없이 굴복했을 만큼 세력이 미약했지요.
기원전 4세기 중반, 필리포스 2세가 마케도니아 왕국의 왕이 되면서 변화가 일었어요. 필리포스는 정치·군사 개혁을 통해 강력한 왕권을 확립했고, 중무장한 보병 부대와 기병대를 키워 그리스 북부 지역 일대를 통일했지요. 그는 더 나아가 그리스 전체를 통합하고 페르시아를 정복하겠다는 야망을 품었어요.
- ▲ 이수스 전투에서 활약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검은 말의 모습을 묘사한 기원전 1세기 모자이크 작품(폼페이 발굴)이에요. /위키피디아
당시 그리스 패권은 도시국가(폴리스) 테베가 장악하고 있었어요. 테베는 아테네를 비롯한 다른 도시국가들과 함께 반(反)마케도니아 전선을 형성했고,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현재 그리스 중부 지역)에서 마케도니아군과 격돌했지요. 양쪽 병력은 3만여 명으로 비슷했는데 이날 전투에서 한 패기 넘치는 젊은 장군의 활약에 힘입어 마케도니아가 대승을 거두었답니다. 이 장군이 바로 필리포스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3세(이하 알렉산드로스)예요.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승리한 필리포스는 여러 도시국가와 동맹을 맺고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를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출정을 준비하던 중 필리포스가 갑자기 암살당하면서 스무 살에 불과했던 젊은 알렉산드로스가 마케도니아 왕이 됐지요.
어렸을 때부터 알렉산드로스는 아주 영리했는데, 그와 관련된 일화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기록돼 있어요. 한 상인이 필리포스에게 성질이 매우 거친 검은 말 한 마리를 끌고 왔어요. 그 말은 당대의 이름난 장군도 길들이기 힘들 만큼 사나워서 필리포스도 말을 돌려보내라 했죠. 이때 열두 살 난 알렉산드로스가 말을 조련해보겠다며 나섰어요.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그는 말 옆으로 다가가 고삐를 움켜쥐고 말머리를 거칠게 태양 쪽으로 돌렸어요. 말이 자기 그림자를 보고 흥분해 날뛰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렇게 한 것이지요.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 말은 갑자기 얌전해졌고, 이를 본 필리포스가 알렉산드로스에게 "아들아, 너는 네 능력에 맞는 왕국을 찾아라. 마케도니아는 너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 작구나" 하며 능력을 인정해줬다고 해요.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필리포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테베와 아테네 등 여러 도시국가가 마케도니아에 반기를 들었어요. 알렉산드로스는 재빨리 왕권을 안정시키고 그들이 다시는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테베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렸지요. 살아남은 시민들을 모두 노예로 팔아 버렸다고 해요.
기원전 333년, 알렉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군과 헬라스 연맹군(폴리스 연합군) 등 6만 대군을 이끌고 아버지가 꿈꾸던 페르시아 정벌에 나섰어요. 그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 소아시아(오늘날 터키) 지역을 모두 장악하자,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 3세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반격에 나섰지요. 마케도니아와 페르시아는 이수스 강가에서 만나 대대적 전투를 벌였어요. 당시 알렉산드로스 군대는 4만여 명으로 페르시아군보다 훨씬 열세였지요.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기죽지 않았어요. 그는 왼쪽 진영의 보병대가 밀집 대형을 이뤄 버티는 동안 오른쪽 진영의 기병대를 이끌고 적진에 직접 뛰어들어 전열을 무너뜨렸어요. 그리고 남은 적들을 포위해 섬멸해 버렸지요. 전투에서 패배한 다리우스 3세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도망쳤지만, 부하에게 암살당하면서 페르시아 제국은 완전히 멸망하고 말았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진격을 멈추지 않았어요.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 북부 지역까지 진출했지요.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원정 생활을 이어온 군인들이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회군(回軍)하던 중 열병에 걸려 기원전 323년 서른세 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10여 년 원정에서 알렉산드로스는 동쪽으로는 인더스강, 서쪽으로는 아드리아해(이탈리아와 발칸 반도 사이 지중해), 남쪽으로는 이집트, 북쪽으로는 다뉴브강에 이르기까지 세 대륙에 걸친 광대한 제국을 이룩했어요. 당대 최고 문명국가들을 짧은 시간에 정복한 그의 업적을 기려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이라 부르지요.
그리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마케도니아주 출신임을 앞세워 마케도니아에 '나라 이름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마케도니아는 '우리 땅 대부분이 마케도니아 왕국의 영토였다'며 반발하고 있지요. 조만간 두 나라 정상이 나라 이름을 둘러싼 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에는 지혜로운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헬레니즘(Hellenism) 문화
알렉산드로스가 사망한 뒤 그리스 문화를 바탕으로 페르시아 등 동양(오리엔트) 문화가 융합된 ‘헬레니즘 문화’가 발전했어요. 이는 알렉산드로스가 정복지마다 ‘알렉산드리아’라는 그리스식 도시를 건설하고, 현지 제도나 관습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