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난자에 체세포 핵 주입… 中, 영장류 복제 성공했어요

입력 : 2018.02.07 03:09

[동물 복제]

난자에 체세포 핵 넣는 '동물 복제'… 정자·난자 결합 없이 수정란 만들죠
개구리 복제 이어 양·개 등도 성공
中, 최초 원숭이 복제 발표했어요

최근 중국과학원 산하 신경과학연구소가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에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어요. 원숭이 이름은 '쫑쫑'과 '화화'로, 영장류 복제는 세계 최초인 셈이라서 과학계가 깜짝 놀랐답니다.

1962년 영국에서 개구리 복제에 처음 성공한 이후 생명공학 기술은 쉼 없이 발전해왔어요. 오늘은 동물 복제가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지 알아볼게요.

◇수정 없이 똑같은 동물 만들다

동물 복제는 핵 속 유전자가 완전히 똑같은 동물을 만드는 것을 말해요. 원래 동물은 암컷의 난자와 수컷의 정자가 만나 수정을 해서 새끼를 낳아요. 이때 새끼들은 부모와 닮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요. 엄마와 아빠에게서 절반씩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동물 복제는 엄마 또는 아빠가 핵 속 유전자 면에서 완전히 똑같은 새끼를 만들 수 있답니다. 유전자를 양쪽에서 반씩 가져오는 대신 한쪽의 유전자만으로 새끼를 탄생시키기 때문이에요.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이런 차이는 수정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어요. 먼저 우리 몸의 세포는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생식세포'와 여러 조직 기관을 구성하는 '체세포'로 구분할 수 있어요. 생식세포는 정자와 난자를 가리키고, 체세포는 피부나 장기 등 나머지 모든 인체에 있는 세포를 말하지요.

일반적으로 수정란은 생식세포인 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이 하나로 합쳐지며 만들어져요. 체세포에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색체가 46개(23쌍) 있지만, 생식세포에는 그 절반인 23개밖에 없답니다. 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비로소 한 쌍의 염색체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지요. 정자가 난자 속으로 들어가면 두 핵이 만나 수정란을 만들고, 이것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면서 점점 자라 배아(수정 후 약 8주까지의 수정란)가 되고 태아로 성장하는 거예요.

동물을 복제할 때도 수정란을 쓰지만, 이때 수정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든 것이 아니에요. 엄마·아빠의 유전정보가 모두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한쪽의 체세포만을 사용하지요.

먼저 피부 등에서 채취한 체세포에서 유전정보를 담은 핵을 꺼낸 뒤, 자기 핵을 제거한 난자 속에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어요. 그런 다음 난자에 미세한 전기 충격을 가하면 세포분열이 시작되면서 '복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여성(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답니다.

복제 수정란이 자라면 체세포의 주인과 똑같은 새끼가 되는데, 이 기술을 '체세포 핵 치환(SCNT·somatic-cell nuclear transfer)'이라고 해요.

◇최초의 동물 복제는 개구리

체세포 핵 치환 기술로 동물 복제에 제일 처음 성공한 사람은 1962년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던(Gurdon·85) 박사예요. 거던 박사는 올챙이의 장(창자) 체세포에서 핵을 꺼낸 뒤, 핵이 제거된 개구리 난자 안에 대신 집어넣었어요. 그 결과 올챙이와 핵 속 유전자가 똑같은 올챙이가 탄생했지요.

이 실험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않아도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적지 않은 충격을 줬어요. 또 장 세포에서 추출한 체세포라 하더라도 그 핵을 꺼내 난자에 넣으면 완전히 새로운 줄기세포(어떤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상태의 세포)가 된다(역분화)는 사실도 보여줬지요.

포유류 복제에 성공하는 데는 그로부터 30년 넘는 시간이 더 걸렸어요. 포유류는 뇌가 잘 발달하고 몸의 조직이 잘 분화된 고등(高等)동물인데, 고등동물일수록 수정란이 배아가 되고 태아로 성장하는 과정이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기 때문이에요. 1996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에서 만든 복제양 '돌리'는 포유류 복제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돌리는 암양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그곳에 다른 양의 젖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탄생했어요.

◇영장류 복제에 성공하다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중국 신경과학연구소 치앙 선 박사는 복제 수정란을 '배반포', 즉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의 배아까지 잘 발달시키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기존에는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도 배반포까지 발달할 확률이 매우 낮았지만, 이번에는 세포 변형을 막아주는 특수한 효소를 써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요.

'쫑쫑'과 '화화'는 핵을 제거한 원숭이 난자에 다른 원숭이 피부세포의 핵을 넣어서 만든 복제 수정란에서 탄생했어요. 연구진은 79개 복제 수정란을 암컷 원숭이(대리모) 21마리에게 평균 3~4개씩 이식했어요. 21마리 중 6마리(확률 28.6%)가 임신(착상)에 성공했고, 최종적으로 '쫑쫑'과 '화화'가 태어났다고 해요. 두 원숭이는 핵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한 '복제 동물(clone)'이랍니다.


[동물 복제의 장단점]

복제 동물을 많이 만들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다른 동물과 비교하는 연구를 하기 쉬워요. 질병을 연구하기도 수월해지고, 인공 장기 개발이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무분별하게 여러 동물들을 복제할 경우 생명 윤리 면에서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어 신중해야 해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