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과거 통행세 등으로 받던 관세… 물건값 올려 수입 제한하는 효과 갖죠

입력 : 2018.02.02 03:05

[무역 장벽]

美, 한국 세탁기 高관세 부과 결정… 자국 산업 보호 위한 관세 장벽 조치
세금 부과하지 않는 비관세 장벽은 세계무역기구에서 금지하고 있죠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기업이 만든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safe guard·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어요. 세이프가드란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에 세금을 많이 붙여 가격을 비싸게 만들거나, 일정한 양 이상 들여오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말해요.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할 세탁기는 앞으로 최대 50%의 관세(關稅)가 붙을 예정이랍니다. 세탁기 값이 1000달러라면 세금으로만 최대 500달러를 매겨서 1500달러에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러한 조치를 내린 걸까요?

◇"관세로 물건 비싸게 만들어야"

무역은 나라와 나라끼리 서로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을 말해요. 무역을 하면 국내에서 만들기 힘든 물건을 편하게 구할 수 있고, 국내에서 만든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 돈을 벌 수 있어 이득이에요. 이때 외국 물건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수입, 우리나라 물건을 외국에 파는 것을 수출이라고 해요.

때론 우리나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물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조치를 하기도 해요. 이를 '무역 장벽'이라고 하는데, 크게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으로 나눠요.

1830년대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있는 런던 관세청과 화물선을 그린 그림.
1830년대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있는 런던 관세청과 화물선을 그린 그림. /게티이미지코리아

먼저 '관세 장벽'은 국가가 국경을 넘는 물건에 대해 매기는 세금인 관세를 아주 높게 매겨서 수입 물건의 가격 자체를 비싸게 만드는 걸 말해요. 가격이 비싸지면 사람들이 수입 물건 말고 자국 물건을 살 테니 그것을 유도하는 거지요.

'상계(相計) 관세'와 '반덤핑 관세'가 대표적인데, 상계 관세란 외국 기업이 자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 때 그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예요. '반덤핑 관세'는 외국 물건 가격이 국내 물건값보다 월등히 저렴할 때 이를 수입하는 정부가 자국 물건의 가격과 수입 물건 가격의 차액만큼 관세를 부과해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지요. 이번에 미국 정부가 발동한 세이프가드 역시 아주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면에서 관세 장벽 중 하나랍니다.

역사적으로도 관세 장벽은 무역을 규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는데요. 기원전 카르타고(현 튀니지 일대) 제국이나 로마 제국 등에선 외국 물건을 싣고 온 상인들로부터 국경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교통세나 통과세를 받았어요. 이후 중세 장원(莊園·봉건 시대 영주가 소유한 토지)과 도시에선 영주가 자기 땅 안에 있는 도로나 항만(배가 출발·도착하는 곳) 등 교통 요지마다 세관(관세를 걷는 관청)을 설치하고 통행세·교량세·하천세 등 각종 세금을 받았답니다.

◇"수입을 어렵게" 비관세 장벽

'비관세 장벽'은 관세가 아니라 물건의 양을 직접 제한하거나 수입하는 절차를 복잡하게 바꾸는 방식으로 무역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 말해요. 관세 장벽보다 훨씬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지요.

먼저 '수량 제한'은 외국 물건이 수입되는 양을 규제하는 제도예요.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낳지만 외국과 갈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엔 거의 사용되지 않아요. '보조금 정책'은 정부가 자국 기업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주거나 현금을 지원해주고 세금을 깎아줘 자국 물건이 수입 물건보다 더 저렴하게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수입 절차상 제한'은 수입 물건을 들여오는 과정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 사실상 수입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걸 말해요. '기술 장벽 제도'는 나라마다 제각각 다른 기술 표준 제도와 안전 인증 규정, 보건 위생상 요건 등을 이용해 수입 물건의 양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걸 말한답니다.

18세기 후반 유럽은 '자유무역주의'가 대세를 이뤘어요. 자유무역주의란 국가가 무역에 일절 간섭하지 않아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주장으로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모두 반대하는 생각이지요. 대표적인 사람이 '국부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인데, 그는 두 나라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물건만을 생산해(국제 분업) 거래하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자유무역주의는 산업 선진국인 영국·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만 이로울 뿐 미국 같은 후발 산업 국가에는 불리한 것이었어요. 이에 따라 미국·독일 등은 자국 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고(高)관세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호무역주의'라고 해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모색하기 시작했는데요. 1947년 수많은 나라가 참여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만든 거예요. GATT는 나라 간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등 '자유무역주의'에 집중했답니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반덤핑 관세나 상계 관세, 세이프가드 등 '관세 장벽'은 인정하고 있지만, 수출입 양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많은 국가와 무역을 한 경험이 있고, 이전에도 많은 무역 분쟁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왔어요. 이번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잘 해결해서 우리나라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요.

☞우리나라 최초의 세관

우리나라는 1878년 부산에 세워진 '두모진'이 우리나라 최초의 세관 역할을 했어요. 당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일본 물건은 '강화도조약'에 따라 무(無)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요. 일본 물건이 너무 싸게 팔려 무역 적자가 심해지자 정부는 '두모진'을 설치하고 일본과 무역을 하는 조선 상인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거예요.

그러자 일본 상인들이 대규모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부산항에 군함까지 출동시키며 무력시위를 하기에 이르렀지요. 결국 우리 정부는 3개월 만에 '두모진'을 폐지했답니다.

조운학·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