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정수리 붉은 우아한 겨울 철새… '장수'와 '행복' 상징해 연하장에 자주 쓰여요

입력 : 2018.02.01 03:07

두루미(학)

연초에는 신정(양력설)과 구정(음력설)이 있어 연하장을 많이 주고받아요.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담은 연하장에는 두루미〈사진〉가 자주 등장한답니다. 새해의 꿈과 소망을 상징하는 두루미는 평화와 장수(長壽)를 의미하는 새이기도 해요. 한자로 '학(鶴)'이라고 하는데, 영어에선 '붉은왕관두루미(Red-crowned crane)'라고 하지요. 우리나라 500원짜리 동전에도 두루미가 새겨져 있어요.

온몸이 눈처럼 흰 두루미는 눈밭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아요. 몸통은 새하얗지만, 머리 꼭대기는 털이 없어 붉고 긴 목과 꼬리, 다리는 까만색이지요. 눈밭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짝과 사랑춤을 추는 모습, 두 발과 날개를 쭉 펴고 하늘 높이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요. 하얗지 않은 두루미도 있는데, 재두루미는 몸이 잿빛이고 흑두루미는 몸이 검어요.

두루미
/위키피디아
큰 두루미는 키가 1.6m로 성인 여성만 하고, 날개를 완전히 편 길이가 2.5m에 달해 타조에 버금가는 커다란 새예요. 그런데 무게는 아무리 무거워도 15㎏ 이하라서 키에 비해 아주 가볍고 날씬하지요. 시베리아나 만주·몽골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남동부 일대까지 오가는 겨울 철새예요. 전 세계에 약 3000마리가 채 남지 않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랍니다. 이 진귀한 두루미가 매년 강원도 철원평야를 비롯한 비무장지대 일대에 1000마리나 날아든다고 하니, 비무장지대와 그 일대는 '자연의 보고(寶庫·귀중한 물건을 보관한 곳)'인 셈이에요.

두루미는 조개와 물고기·올챙이 같은 걸 먹지만 우리나라에선 논에 떨어진 볍씨도 많이 주워 먹어요. 긴 다리로 겅중겅중 걸으며 땅과 물에서 먹이를 잡아먹어요. 하늘 높이 날 수 있지만 뒷발가락이 짧아 나뭇가지 위에는 앉지 못하기 때문에 땅 위에 짚이나 풀잎을 모아 둥지를 만들어요.

두루미와 비슷하게 생긴 새가 많아 혼동하기 쉬운데요. 먼저 황새는 우리 조상도 많이 헷갈렸을 만큼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는 점에서 두루미와 달라요. 온몸이 새하얀 백로는 모를 심는 논에 날아드는 여름 철새이기 때문에 주로 여름에 볼 수 있어요.

동양에서는 두루미를 장수와 부부애, 행복의 상징으로 생각했어요. 민간 신앙에선 '십장생(十長生·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의 하나로 보았고,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라는 의미에서 '선학(仙鶴)'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조선시대에는 정 1·2품 문신(文臣)과 왕의 친척 등이 입는 관복에 두 마리 학을 새긴 '쌍학흉배(雙鶴胸背)'를 달았을 만큼 두루미는 우리 민족이 매우 좋아했던 새랍니다.

올해는 평화와 행복을 상징하는 두루미가 그려진 설 연하장을 보내보면 어떨까요? 모바일로 주고받는 온라인 연하장도 물론 좋을 거예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