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신종 바이러스 생기는 이유… 복제 과정서 변이 생기기 때문이죠

입력 : 2018.01.31 03:11

[바이러스의 변이]

생물 몸 밖에선 죽어있는 바이러스
인체 등 숙주 세포에 침투하며 번식… 복제 과정서 돌연변이·변종 생겨요
인플루엔자 A형은 변이 빠른 '독종'

독감(인플루엔자)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어요. 동네 의원뿐 아니라 종합병원 응급실까지 독감 환자로 꽉 들어찼다고 해요.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오직 하나예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지요. 반면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데노·코로나 등 100여 가지로 다양해요. 사람한테 전염되는 인플루엔자는 유전자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매년 변이를 일으켜 증세가 심한 독감을 만들어내는 게 A형이에요. 그렇다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왜 이렇게 자주 변이를 일으킬까요?

◇숙주를 이용하는 바이러스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물질을 '병원체'라고 해요. 세균(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 다양하지요. 이 중 전염성이 있어 수많은 사람을 아프게 하는 병원체는 대부분 세균과 바이러스예요. 예를 들어 2015년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킨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이고, 덜 익은 음식이나 더러운 물을 먹었을 때 걸리는 콜레라를 유발하는 것은 세균이지요.

바이러스는 생물의 몸 밖에 있을 때 죽은 상태나 다름없어요. 그러다 들어갈 수 있는 생물을 만나면 그 세포 안으로 재빨리 침투해서 살아나요. 바이러스는 자기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단백질을 '숙주 세포'의 단백질과 합쳐 버리는데요. 그럼 숙주 세포는 자기 유전자가 아닌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한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합쳐져 '자손 바이러스'가 되는데, 이들은 세포를 떠나 새 숙주를 찾아갈 준비를 하지요.

바이러스 감염 과정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형태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요. DNA형과 RNA형이지요. 먼저 DNA형 바이러스는 유전 물질인 DNA를 사용해 자신을 복제하는 바이러스예요. B형 간염이 대표적이지요.

또 다른 형태는 RNA형 바이러스인데, DNA가 아닌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를 말해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로타 바이러스 등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해요.

◇변신의 왕 인플루엔자

생물의 유전자는 대부분 DNA 형태이지만,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RNA 형태가 더 많아요. 화학적으로 RNA는 DNA보다 다른 물질과 더 잘 반응한답니다. RNA형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유전자 구조가 새롭게 바뀌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이유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자손 바이러스는 어미 바이러스와 다른 능력과 형태를 지니는데, 이걸 바이러스의 변이라고 해요.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바이러스일수록 유행이 빠르고 위험성도 높아요. 쉽게 모습을 바꿔 버리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약으로 대처하기 어렵거든요. 인플루엔자도 RNA형이기 때문에 변이가 잘 일어나요.

인플루엔자, 특히 A형은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아제(N)라는 두 단백질 돌기가 삐죽 솟아난 형태예요. 이 돌기들이 몸에 꼭 들어맞는 순간 병을 일으키게 되는 거지요. H와 N은 형태에 따라 조금씩 종류가 달라지는데 H형은 18가지, N형은 11가지나 돼요. 각 종류가 서로 결합하는 경우의 수가 198개나 된다는 이야기예요. 게다가 돌기 중 하나만 돌연변이를 일으켜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거지요.

사람에게 발병하는 인플루엔자 중 가장 흔한 것이 H1N1과 H3N2 유형인데,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과 2009년 유행한 '신종 플루'는 H1N1 유형에서 변이한 바이러스예요. 1968년 유행한 '홍콩 독감'은 H3N2 유형 인플루엔자이지요.

인플루엔자의 전염 과정도 변이를 쉽게 일으키게 해요. 보통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꼭 들어맞는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조류(새) 같은 다른 동물에게 들어가면 제 능력을 쓸 수 없을 때가 많아요.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돼지 세포는 조류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단백질이 모두 들어맞는 구조예요. 조류나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들어가면 돼지의 세포와 결합하면서 유전자 구조가 바뀌어 조류와 사람 모두에게 한꺼번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변종' 인플루엔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랍니다. '신종 플루'도 돼지를 통해 변이를 일으킨 인플루엔자였어요.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도 새로운 바이러스나 변종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비하고자 함이에요.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무한 변이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생적 생활 습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

세균과 바이러스는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킨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커요. 세균은 세포의 일종이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도 해요. 반면 바이러스는 숙주(宿主·감염시킬 생물)에 들어가야만 활동을 시작하고 번식할 수 있어요. 즉 숙주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단백질 조각에 불과해요.

생물은 자기 유전자를 이용해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고 그다음 세대에게 자기 유전 정보를 전달해 번식해요. 반면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생물체의 세포에 ‘기생’해서 자신을 복제하는 방법을 사용한답니다.

김은영·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