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치열한 삶과 강렬한 색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만들었죠
[반 고흐 열풍]
반 고흐 다룬 전시·뮤지컬 등 인기
생전 그림 한 점 팔린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에 가장 사랑받는 화가
드라마 같은 비극적 인생 살았어요
- ▲ 작품1 - 반 고흐, 가셰 박사의 초상, 1890년.
요즘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의 예술 세계와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뮤지컬·영화·전시가 문화 예술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이처럼 반 고흐는 오늘날 대중에게 매우 사랑받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데요. 생전에는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반 고흐가 죽고 나서 대중이 숭배하는 예술가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먼저 그림에 대한 열정과 집념입니다. 반 고흐는 치열하게 그림을 그린 화가로 유명해요. 27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37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림 그린 기간은 10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그림 900여 점과 습작(習作·연습 삼아 만든 작품) 1100여 점을 남겼어요. 특히 1890년 5월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인 그해 7월까지 프랑스 중북부 마을인 오베르쉬르 우아즈에 머물렀던 70일 동안 그림을 100여 점 그렸어요. 하루에 한 점 이상 그림을 그린 셈인데,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9시까지 종일 작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작품1은 반 고흐가 불꽃 같은 창작 에너지를 발휘하던 오베르 시기에 남긴 그림 중 한 점입니다. 초상화 속 남자는 프랑스 의사 폴 가셰 박사예요. 반 고흐는 생레미 요양소에서 퇴원한 후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 오베르에 사는 가셰 박사를 찾아갔어요. 미술에 관심이 많은 데다 화가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가셰 박사는 반 고흐를 치료하고 보살펴 주었지요. 이 그림은 반 고흐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가셰 박사의 예민한 성격과 우울한 감정, 복잡한 내면 세계를 초상화에 잘 담아냈거든요.
반 고흐는 왜 그토록 열심히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림은 곧 그의 인생이요, 삶의 목적이었어요. 반 고흐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화가의 길을 선택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어요. 불행한 삶 속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걸었어요. 그림을 그릴 때만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기쁨을 누렸지요. 현대인들은 반 고흐의 열정과 집념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술혼을 불태운 반 고흐는 존경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거죠.
- ▲ 작품2 - 반 고흐, 프로방스의 늙은 농부, 1888년.
다음은 독창적 화풍(畵風)입니다. 반 고흐는 전통적 그림과는 다른 새로운 기법을 개발했어요. 바로 '반 고흐표'라고 하는 혁신적 화풍입니다. 늙은 농부 파시앙스 에스칼리에를 그린 작품2는 색채 대비 효과가 돋보이는 반 고흐 화풍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늙은 농부는 노란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겉옷을 입었어요. 배경은 주황색이고요.
반 고흐가 따뜻한 색인 노랑과 주황, 차가운 색인 파랑을 대비한 것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 효과를 얻기 위해서였죠. 주름진 농부 얼굴과 모자, 목도리, 소매를 관찰해보세요. 강렬한 빨간색이 칠해져 있어요. 빨강은 그림에 생동감을 주는 역할을 해요. 반 고흐는 인간 내면에 깃든 다양한 감정을 강렬한 보색(補色·서로 섞었을 때 검은색이 되는 조합으로 색을 더 뚜렷하고 선명해 보이도록 해줌) 대비로 표현하는 길을 열어주었어요.
반 고흐표 화풍의 또 다른 특징은 독특한 붓질입니다. 반 고흐 그림들은 유화(oil painting) 물감을 두껍게 칠해 그림 표면이 거칠고 울퉁불퉁해요. 입체적 질감을 강조한 반 고흐 특유의 붓질은 작품3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사이프러스나무와 밀밭, 밤하늘의 별과 달을 살펴보세요. 두꺼운 물감층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듯 촉감이 있습니다. 마치 꿈틀거리는 생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반 고흐는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물감 덩어리가 만져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붓질을 개발했어요. 그래서 반 고흐의 작품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감상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답니다.
- ▲ 작품3 - 반 고흐, 길 위의 사이프러스와 별들, 1890년.
끝으로 반 고흐는 드라마 같은 극적 인생을 살았어요. 천재 화가로 숭배받는 반 고흐는 생전에 그림이 단 한 점 팔렸을 만큼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어요. 미술계도, 수집가도, 대중도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무명(無名) 화가인 반 고흐를 철저하게 무시했어요.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은 반 고흐는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다가 37세 젊은 나이로 비극적 삶을 마감했어요.
- ▲ 작품4 - 테리 보더, 반 고흐, 2008년.
그런데 왜 해바라기는 붕대를 감았을까요? 반 고흐는 복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귓불을 자른 적이 있어요.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자기 모습을 자화상 두 점에 담기도 했어요. 반 고흐의 열혈 팬인 테리는 비극적 일생을 살다 간 천재 예술가를 기리는 마음으로 해바라기 꽃잎을 칼로 자른 뒤 붕대를 감아 반 고흐의 잘린 귀를 연출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