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당근은 저장뿌리, 고구마는 덩이뿌리… 흥미진진한 식물의 속살

입력 : 2018.01.26 03:10

'식물로 세상에서 살아남기'

초강력 한파에 하늘도, 땅도 꽁꽁 얼어붙었어요. 잎사귀 하나 없이 맨살로 서서 추위를 견디는 길가의 나무들이 애처롭기만 한데요. 신정민·신홍비가 쓰고 그린 '식물로 세상에서 살아남기'(풀과바람)는 따스한 햇볕, 기름진 흙, 싱싱한 물과 양분을 차지하려고 날마다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식물들의 속살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쳐요.

잠깐! 이 추운 겨울, 왜 식물이냐고요? 사람은 식물이 없으면 단 하루도 못 사니까요. 식물은 우리에게 음식이 되고, 책상과 종이가 되고, 우리가 늘 마셔야 하는 신선한 공기를 뚝딱 만들어내죠.

[이 주의 책] 당근은 저장뿌리, 고구마는 덩이뿌리… 흥미진진한 식물의 속살
/풀과바람
한자어로 동물(動物)은 '움직이는 것', 식물(植物)은 '심어진 것'이에요. 동물인 강아지는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먹고, 싸고, 쑥쑥 자라나요. 또 자기 짝을 만나 새끼를 낳아요. 반면 식물인 강아지풀은 뿌리가 땅에 콕 박혀 있어 돌아다니질 못해요. 그렇다고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어요. 강아지풀은 애써 돌아다니지 않아도 먹이를 먹고,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자라고, 씨앗을 만들어 자손을 널리 퍼뜨리니까요.

사람의 몸을 다리·몸통·머리로 나눈다면, 식물의 몸은 뿌리·줄기·잎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가 자주 먹는 고구마와 당근 등은 뿌리예요. 흙 속에 묻혀 있던 걸 캐내어 맛있게 냠냠 먹는 거죠. 당근은 물과 양분을 저장해 원뿌리가 굵어진 거라서 '저장뿌리'라고 해요. 고구마는 곁뿌리에 물과 양분을 모아 덩어리처럼 된 '덩이뿌리'예요. 부레옥잠처럼 물 위에 둥둥 떠서 살아가는 식물은 물속으로 축 늘어진 '물뿌리', 겨우살이처럼 다른 나무에 착 달라붙어 사는 식물은 '기생뿌리'를 갖고 있어요.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은 줄기를 타고 가지마다 돋아난 잎까지 올라와요. 식물의 잎은 연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공장과 같아요. 얇디얇은 잎몸 속에는 '엽록체'라는 알갱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한낮에 해가 쨍쨍 비치면 엽록소가 엽록체 안에서 빛 에너지를 이용해 포도당을 만들거든요.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부지런히 삶을 꾸려가는 식물들은 알록달록 꽃을 피워 자손도 퍼뜨려요. 때론 바람을 타고, 때론 새와 곤충을 활용해 결혼에 성공해요. 씨앗을 퍼뜨리려고 강한 향기를 뿜어 곤충을 유인하기도 하죠. 썩은 나무의 몸은 작은 곤충들의 먹이가 되고, 버섯이나 이끼가 자라기 좋은 집이 돼요.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에 태어나 지구의 모든 생명을 키워온 꽃과 풀과 나무들. 책을 읽고 나면 씨앗 한 톨, 꽃 한 송이, 길거리 나무들이 새삼 가깝게 다가올 거예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