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체인처럼 연결한 거래 장부… 10분마다 저장해 조작 불가능해요

입력 : 2018.01.24 03:05

[블록체인]

거래 정보 전부 연결하는 '블록체인'
사용자 모두 똑같은 장부 갖고 있어 특정 내역 조작해도 바로 복구 가능
선거·유통·금융 혁신에 쓸 수 있죠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암호화된 가상 화폐, 일명 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지난해 초만 해도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지만, 얼마 전까진 직장까지 그만두고 가상 화폐 투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사람도 생겨났지요.

투기가 과열되자 정부는 가상 화폐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규제하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은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공인 기관 안 거치는 거래 장부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리면 이는 은행의 거래 장부에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요. 그리고 이 거래 장부는 오직 돈을 주고받는 사람들끼리만 기록하고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지요. 공인된 기관에서 일정한 절차를 통해 신분을 확인한 데다 각자 거래 장부를 나눠 갖는 식으로 거래 내역을 보호하기 때문이에요.

블록체인도 거래 장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지만 기존 거래 장부와 다른 점이 있답니다. 거래 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블록·block)로 보고 이것을 자전거 체인(chain)처럼 차례차례 연결한 거래 장부예요. 즉 블록체인으로 연결한 거래 장부는 거래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가 각자의 컴퓨터에서 열람할 수 있어요. 내가 아닌 옆 사람과 그 옆 사람, 그 옆 옆 사람이 거래한 내역까지 모두 내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누가 어떤 것에 얼마만큼 투자했는지는 내 개인 정보인데, 거래 내역이 남들에게 모두 공개된다고 하니 굉장히 위험할 것 같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 이미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은행 같은 신용·인증 기관이 없어도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거래하는 거지요. 이런 방식을 P2P(Peer to Peer)라고 하는데, '소리바다' 같은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파일을 내려받는 것이 있어요.

이런 방식은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사실 내가 다운받는 파일이 누가 어디에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위험성이 있어요. 이 파일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인지, 아니면 엉뚱한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인지 다운로드받고 실행하기 전엔 알 수가 없죠. 그 이유는 나와 인터넷에서 연결된 미지의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 같은 제3의 공인 기관 없이도 개인과 개인이 직접 주고받는 거래 내용에 위조나 변조가 없음을 증명해 줄 수 있답니다. 독특한 '채굴(mining·새 비트코인을 네트워크상에서 얻는 것)' 과정 덕분이지요.

블록체인을 이용해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비트코인의 경우 새로운 거래 정보(블록)는 10분에 한 번씩 새로 만들어지고 저장되고 연결돼요. 10분간 오고 간 모든 참여자의 거래 내역은 한 개의 블록에 담기는데요, 이 거래 내역은 아무나 만들 수 없어요. 거래 내역을 만들려면 일종의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걸 풀어야만 거래 내역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얻지요. 이게 바로 비트코인의 '채굴' 과정으로 채굴에 성공한 사람만이 블록체인의 거래 내역을 하나 만들고 이것이 '승인'을 거쳐 모든 참여자에게 신뢰성을 주는 거예요.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고판 사람들도 이런 채굴 과정을 신뢰하는 것이지요.

◇거래 장부를 공유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모든 거래 장부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지만, 조작되거나 변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는 블록체인의 구조 때문이에요. 블록체인은 새로운 거래 내역이 만들어지면 그 이전의 거래 내역이 갖고 있는 '고윳값'을 저장해요. 이걸 A라고 할게요. 그런데 모든 거래 내역은 각자 갖고 있는 고윳값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돼 있어요. 예를 들어 A는 그다음 거래 내역이 갖고 있는 고윳값인 B와 연결돼 있는 식이지요. 만약 누군가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이 거래 내역을 악의적으로 변조하면 그 거래 내역이 갖고 있는 고윳값도 바뀌게 돼요. A가 AA가 돼야 하는 거지요. 그러면 그 고윳값을 저장하고 있는 다음 거래 내역의 고윳값 B도 바뀌어야 한답니다. 즉, 모든 거래 내역이 서로 연쇄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하나만 건드려도 모든 거래 내역을 다 바꿔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더구나 블록체인 장부는 모든 사용자가 똑같이 공유하고 있어요. 한 개인이 특정 거래 장부를 마음대로 바꾼다 해도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똑같은 장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복구할 수 있답니다. 다시 말해 거래 내역을 바꾸려면 전체 사용자가 갖고 있는 장부를 동시에 수정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현재 우리가 어떤 회사의 주식을 팔면 돈이 3일 후에 통장에 들어와요. 주식 거래에 개별 증권사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각종 기관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관들에서 모두 승인을 하려면 최소 3일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모든 기관마다 각기 다른 거래 장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해 이 기관들이 모두 같은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면 당일에 승인이 나는 것도 가능하지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이용한 선거제도도 있어요. 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전자 정부로 유명한데요. 선거에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블록체인 기술을 투표에 적용하면 투표 내용이 암호 처리되고 그 결과가 자동으로 저장돼 위조와 변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답니다.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