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왜 우리나라 떡국은 걸쭉할까?"… 음식 통해 엿보는 과학 원리

입력 : 2018.01.19 03:09

'하리하라의 음식과학'

'하리하라의 음식과학'
음력 설이 한 달 남짓 남았네요. 설이라는 말을 들으면 '떡국'부터 생각나죠. 진하고 걸쭉한 국물에 쫄깃하면서도 보들보들한 떡이 들어가 있어요. 멥쌀로 만든 가래떡을 비스듬하게 잘라 넣은 거지요.

그런데 왜 떡국은 가래떡으로 끓일까요. 이웃나라 일본처럼 찹쌀떡을 넣으면 안 될까요? 일본에서도 설에는 떡국을 닮은 음식을 먹어요. 찹쌀떡을 국물과 함께 먹는 오조니라는 음식이죠. 오조니에 들어간 떡은 쫄깃하다기보다는 끈적끈적할 정도로 부드러워요. 국물이 걸쭉한 우리나라 떡국과 달리 일본식 떡국은 국물에 점성이 없는 것도 특징이에요.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요? 과학 시간에 요오드 실험을 할 때 배운 '녹말' 성분 때문이에요. 가래떡을 만드는 멥쌀과 찹쌀에는 모두 녹말 성분이 들어 있지만 그 특징이 달라요. 찹쌀 속 녹말은 멥쌀보다 물을 잘 흡수해요. 찹쌀떡을 끓이면 떡이 물을 잔뜩 빨아들이니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피자 치즈처럼 흐물흐물해지는 거죠. 반대로 멥쌀은 물을 적당히 흡수해 쫄깃해져요. 또 떡 속 녹말 성분이 국물로 빠져나오면서 걸쭉해지지요. 반면 일본에선 떡과 국물을 따로 조리하기 때문에 국물에 녹말 성분이 들어가지 않아 맑고 담백한 거예요.

오늘 소개하는 책 '하리하라의 음식과학'(살림·위 사진)은 제목처럼 맛있는 음식을 통해 과학을 설명해요. 과학 저술가 이은희(필명 하리하라) 작가가 쓴 책인데, 이미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하리하라의 세포 이야기' 등을 펴낸 작가로 유명하니 아마 알고 있는 친구도 많을 거예요.

걸쭉한 우리나라 떡국.
걸쭉한 우리나라 떡국. /영상미디어 김종연 기자
설부터 동지까지 고유 명절 때마다 먹는 전통 음식이 소재예요.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하나씩 주제를 바꿔 설명해요. 2월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깨물죠. 우리 조상들은 잣이나 밤·호두·땅콩 따위 견과류를 깨물면 부스럼(종기)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그 믿음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해요. 견과류에는 피부에 기름기를 더해주는 불포화 지방산과 피부 건강에 좋은 비타민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지요.

7월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요. 몸에 좋은 '보양식'의 정체는 바로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인데요. 단백질은 우리 몸의 16%를 차지하고 이 비중은 물(70%) 다음으로 많아요. 우리 체온이 36.5도를 유지하는 이유도 단백질 덕분이에요. 이 밖에도 작가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정말 우리 몸에 좋지 않은지, 우유는 완전식품인지 아닌지 같은 대중적인 질문에도 답을 준답니다.

우리 전통문화와 음식을 활용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에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과학 지식이 필요하지만 읽다 보면 금방금방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유랍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과학이 얼마나 밀접한지 생각해보는 기회도 될 거예요.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