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미세 먼지 짙어지면 외출 줄어… 배달업체 반사이익 보지요

입력 : 2018.01.19 03:09

[반사이익]

노력과 상관없이 의도치 않은 이익… 청탁금지법으로 돼지고기 매출 상승
마트 규제로 활성화된 온라인몰처럼 취지와 달리 뜻밖의 곳 이득 주기도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전보다 많이 팔지 못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그런데 그사이 일본 자동차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반사(反射)이익'을 누렸다고 해요. 도요타·혼다 등 6개 일본 자동차 회사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480만대의 새 차를 팔았다는 거예요.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는 내가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외부 환경 변화나 법·규제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던 이득을 얻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반사이익'이라고 해요. 오늘은 실제 경제생활 속 여러 가지 반사이익에 대해 알아볼게요.

◇주변 환경 때문에 얻는 이익

빛이 반사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반사란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어떤 물체에 부딪혀 진행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현상을 말해요. 원래 의도했던 쪽으로 가지 않고 외부 영향을 받아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나의 의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뜻밖의 이익을 주는 모든 현상을 가리켜 반사이익이라고 한답니다.

17일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뿌연 도심 모습.
17일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뿌연 도심 모습. 미세 먼지가 심하면 배달업체 등 반사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어요. /장련성 객원기자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만든 법이에요. 정부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개인·단체를 규제하거나 도와주기 위해 법을 만들어요. 이럴 때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이 이익을 누리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정부는 2016년 공무원·교사 등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고 부탁을 들어주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시행했는데요. 그러자 비싼 한우 매출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 매출이 늘어났다고 해요. 그전까지 값비싼 한우를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청탁금지법 도입으로 비싼 선물을 할 수 없게 되자 값싼 돼지고지를 선물로 주고받기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이를 두고 '돼지고기 관련 업체가 청탁금지법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또 전에는 사람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장에서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았지만 청탁금지법 도입 후 이런 만남이 줄어들면서 골프용품 매출이 줄고 아웃도어 용품 매출이 늘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역시 아웃도어 산업이 청탁금지법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반사이익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요. 때론 상대방의 손해가 나의 이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한 미국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이후 라스베이거스 지역 카지노와 호텔 방문객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었지만, 인근 다른 지역의 카지노 매출은 10% 이상 급증했다고 해요. 총기 난사란 참혹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역사적으로는 14세기 중반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검은 죽음을 가져오는 병이라는 뜻으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을 들 수 있는데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했지만, 이로 인해 살아남은 수많은 사람이 반사이익을 봤답니다. 먼저 흑사병으로 인구가 줄어들자 곡식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땅값이 떨어져 사람들의 생계가 안정됐어요. 또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농노(봉건 영주에게 노예처럼 매인 농민)들이 일하는 대가로 받았던 임금도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농민의 삶이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미세 먼지 때문에 이득 보는 업체

요즘 미세 먼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요. 미세 먼지가 심각해지면 특히 호흡기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는 것이 좋다고 해요. 모두가 고통 받는 미세 먼지이지만, 그 속에서도 의도치 않은 반사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바로 배달업체예요.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엔 많은 사람이 외부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요. 환기를 자주 할 수 없으니 집 안에서 요리를 잘 해먹지 않고, 공기가 안 좋아 식당에 가는 것도 어려우니 대신 집에서 배달업체를 부르는 거지요.

이들 배달업체는 최저임금을 올린 정책의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는데요. 많은 식당 주인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 때문에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을 해고하고 대신 배달업체를 통해 음식을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인상된 최저임금과 오토바이 기름값, 보험료, 식대까지 모두 지급하는 것보다는 아예 업체에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게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거예요.

법과 규제가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일도 있어요. 서울시가 2012년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을 살리겠다고 시행한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대표적이에요.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란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이 줄어들자 지자체가 나서서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로 정하고 강제로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법이 시행되자 전통시장에는 소비자가 별로 늘지 않고, 그 대신 온라인몰이나 소셜커머스 같은 온라인 시장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효과가 나왔어요. 대형마트를 규제한 정책의 수혜자가 기대와 달리 온라인 유통업계가 된 셈이지요.

따라서 정부나 기업·개인 모두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반사이익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거예요. 법이나 제도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외부효과와 풍선효과 ]

반사이익과 비슷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외부효과'가 있어요. 개인·기업의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이나 단체에 기대하지 않았던 이득이나 손해를 주는 효과를 말해요.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버스 정류장이 생기면 근처 식당들은 장사가 잘되지만, 반대로 택시 기사들은 예전보다 영업이 잘되지 않아 손해를 봐요.

'풍선효과'도 비슷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데요.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시작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새롭게 생기는 상황을 가리켜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인데, 정부가 강남 지역 주택 가격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규제를 강하게 하면 투자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몰려가 그 지역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낳아요.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