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전류·압력으로 조절하는 인공 근육… 진짜 사람 같은 로봇 만들죠

입력 : 2018.01.17 03:05

[인공 근육]

수천 개의 근세포로 구성된 근육, 부드러운 동작·강력한 힘 만들어요
美, 근육 구조 이용한 인공 근육 개발… 모터 없이 물건 들어 올리는 데 성공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팔이나 다리·손가락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어딘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여요. 로봇은 인간처럼 부드럽게 움직일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사람처럼 관절(뼈와 뼈를 연결하는 부분)을 붙들고 있는 '근육'이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근육 때문에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고, 필요할 때 강한 힘을 낼 수 있어요. 하지만 로봇은 모터나 피스톤 같은 기계 장치로 힘을 얻어 작동하기 때문에 딱딱하게 움직이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 로봇을 비롯한 기계 장치에 '인공 근육'을 적용하는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있답니다. 인공 근육 기술이 완성되면 로봇도 진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날이 올지 몰라요.

◇수축하며 힘을 내는 '근육'

근육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움직임을 책임지는 기관이에요. 근육세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힘줄이 근육이지요. 뇌에서 명령을 받아서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골격근(骨格筋)'과 사람 의지에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내장근(內臟筋)'이 있어요. 골격근은 피부 바로 밑에 있고 뼈와 연결돼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주지요. 내장근은 심장이 뛰거나 위 같은 장기가 운동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요.

우리가 팔이나 다리,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골격근 덕분이랍니다. 이런 근육은 가로무늬를 가지고 있어서 '가로무늬근'이라고 불러요. 하나의 근육은 여러 근육세포가 모인 '근육 섬유 다발'인데요. 근육세포가 마치 실처럼 길게 생겼기 때문에 근육 섬유라고 하는 거예요.

근육 섬유 한 가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1000여 개의 미세근육으로 이뤄진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각각의 미세근육은 또다시 '액틴'과 '마이오신'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지요. 액틴은 상대적으로 가늘고 밝은 색깔이어서 '가는 근육 미세섬유'라 하고, 마이오신은 두께가 굵고 어두워서 '굵은 근육 미세섬유'라 불러요. 둘은 서로 번갈아 교차 배열돼 있는데, 우리 뇌에서 '움직여'라는 신호를 보내면 액틴이 마이오신 중앙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서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고 근육이 수축하는 거랍니다. 이때 물건을 들거나 움직이는 힘이 생기는 거지요.

◇사람 근육을 닮아가는 '인공 근육'

액틴이나 마이오신 같은 단백질이 없더라도 근육이 오므라들게 하거나 늘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근육의 구조'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최근 과학자들이 개발 중인 '인공 근육'도 이런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예요.

근육구조와 인공근육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크리스토프 케플링거 교수팀은 최근 유력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사람의 근육처럼 부드럽고 탄력 있게 움직이는 '소프트 인공 근육'을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근육은 두께가 0.5㎝도 안 되는 얇은 고무 껍질 안에 액체를 가득 채운 모습이에요. 이 인공 근육의 양 끝에 양(+)극과 음(-)극을 연결하고 전류를 흘려주면 양극에서 음극 방향으로 전기장이 생기면서 액체를 가장자리로 밀어내요. 이때 고무 껍질 중앙은 쪼그라들면서 마치 사람의 근육이 오므라드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된답니다. 반대로 전류를 끊으면 액체가 다시 가장자리에서 흘러나와 고무 껍질 안을 채우기 때문에 원래 모양대로 돌아와요.

실제 연구팀은 소프트 인공 근육을 장착한 로봇 손이 작은 라즈베리 한 알을 전혀 망가뜨리지 않고 집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실험에 성공했어요. 또 전압을 좀 더 높이면 인공 근육을 더 많이 변형시키고 더 강력한 힘을 내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어요.

지난해 말 미국 MIT와 하버드대에서도 인상적인 인공 근육을 개발했어요. 종이접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이었는데요.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이 인공 근육은 자기 무게보다 최대 1000배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셌답니다.

이 인공 근육은 금속과 아크릴·고무 등 여러 가지 소재로 일정한 뼈대를 만들고, 이 뼈대를 피부 역할을 해주는 플라스틱이나 섬유 주머니에 밀봉한 것이에요. 연구진이 주머니 안쪽을 진공 상태로 만들면 뼈대에 맞춰 피부가 종이처럼 구겨져 들어가면서 움직이는 방식이랍니다. 사람이 손을 대거나 외부 자극을 주지 않아도 뼈대 모양에 맞춰 접히고 늘어나는 모습이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낸 거죠.

◇사람 장기 모방한 '인공 장기' 개발 활발

인간의 신체 기관을 모방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은 인공 근육 외에도 많아요. 대표적인 게 '인공 장기'예요.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장기가 망가진 환자들은 새로운 장기를 이식받아야 살 수 있지만, 기증자가 적은 데다 인체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장기이식은 그리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환자 몸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여러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이용해 필요한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3D(3차원) 프린터로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태로 찍어내는 '바이오 프린팅 인공장기' 기술도 있는데요. 인공 다리나 인공 손, 관절 등을 넘어 간이나 혈관을 찍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답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 등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심장을 인쇄하는 실험에 성공했어요.

이처럼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 기술도,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유지해주는 생명 과학 기술도 모두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박태진·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