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무리 지어 다니는 '전문 사냥꾼'… 울음소리로 먼 거리의 동족과 소통해요

입력 : 2018.01.11 03:08

늑대

회색늑대
/위키피디아
2018년이 밝았어요. 올해는 개의 해인데요. 크고 작고 사납고 귀엽고… 종류가 너무 많아 어떤 개인지 하나만 떠올리기 어렵지만, 모든 개의 조상은 늑대랍니다. 수만년 전 일부 늑대를 사람이 길들여 키우면서 개로 진화했다는 이론이 대체적이지요.

늑대는 사냥개이자 군견(軍犬)으로 곧잘 쓰는 독일 셰퍼드와 많이 닮았어요. 늑대는 무리 지어 살지만 개는 무리 지어 살지 않아요. 그런데 무리 지어 사는 들개는 행동이 늑대와 거의 비슷하지요. 개가 아무리 온순하게 변했어도 개는 잠재적인 늑대예요. 야생에서 개는 늑대의 본성으로 돌아가는데, 살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생존의 법칙이에요.

늑대 중 회색늑대〈사진〉는 영락없는 개의 모습이에요. 개는 회색늑대의 아종(亞種·종의 바로 아래 분류로 종으로 독립할 만큼 다르지는 않지만 같은 종으로 보기엔 다른 점이 많은 한 무리의 생물)으로 분류되는데요. 개와 교배시켜 다른 품종의 개, 이를테면 '늑대개'를 얻는 데도 회색늑대가 곧잘 쓰여 왔어요. 보통 늑대라고 하면 회색늑대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늑대는 하얀색에서 회색·검은색 등이 있는데, 코끝에서 꼬리 끝까지 아주 크면 약 2m이고 어깨 높이만도 1m에 달해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호주 등에 널리 퍼져 살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드문 곳에서 살아요. 우리나라에선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지만 1980년대 이후 발견된 기록이 없어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늑대는 먹이를 가리지 않아요. 순록과 사슴·들소 같은 커다란 동물도 사냥하고 토끼나 비버 같은 작은 동물도 잡아먹어요. 동물의 사체(死體)도 곧잘 뜯어먹어요. 아프리카 초원의 하이에나나 사자 같은 전문 사냥꾼이지요. 대개는 무리 지어 사냥에 나서지만 한두 마리가 커다란 동물을 잡는 경우도 있어요. 5~8마리가 함께 돌아다니지만 30마리 넘게 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기도 해요.

2~3월에 짝을 짓고 두 달 후인 4~5월에 새끼 4~6마리를 낳아요. 야생에선 수명이 13년이에요. 갓 태어난 새끼는 무게가 500g에 못 미치기 때문에 귀여운 강아지와 꼭 닮은 모습이에요. 내달리면 시속 60㎞까지 달릴 수 있고 야생에 먹이가 부족하면 사람 사는 곳에 내려와 가축을 죽이고 잡아먹어요. 특히 늑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면 그 울음소리에 소름이 돋을 거예요. 사실은 먼 거리에 있는 늑대들과 소통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늑대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해 마구 사냥했고, 사람의 생활공간이 넓어지면서 늑대가 살 곳이 많이 사라졌답니다.

개의 조상이 늑대라고 해서 아무 늑대나 데려와 키운다고 개가 되진 않는답니다. 새끼 때부터 개처럼 정성껏 키운다고 해도 길들이기 어려워요. 신기한 건 사람 손을 탄 개도 야생에 풀어 키우면 마치 늑대 같은 들개가 된다는 것이지요. 사람을 사납게 무는 개는 오히려 늑대보다 사람을 잘 알아 더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늑대의 속성을 잘 알면 개로부터 피해를 입어 사람이 다치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