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통유리 가장자리 쳐야 깨져… 충격 흡수할 면적 작기 때문이죠

입력 : 2018.01.10 03:05

[강화 유리 구조와 깨는 방법]

건물 외벽·자동차에 쓰는 강화 유리, 끝이 뾰족한 망치로 쉽게 깰 수 있어
검은 연기 속 유독가스, 숨 못쉬게 해… 코·입 막고 자세 낮춰 계단으로 대피

얼마 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어요. 특히 이번 사고 피해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 많이 몰려 있었는데, 당시 사우나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소방관들도 외벽의 커다란 통유리창을 깨지 못하면서 큰 피해를 보았다는 지적이 나왔지요.

◇뜨겁게 달궈 식힌 강화 유리

많은 사람이 유리창을 주먹이나 망치로 세게 내리치면 쉽게 부서지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 통유리창을 망치나 가구 등으로 부숴보려고 해도 의외로 잘 깨지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교통사고나 화재 사고가 나면 유리창을 깨지 못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왜 그럴까요? 먼저 유리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해야 해요. 유리를 만들려면 모래·석회석·붕산 등 10여 가지 재료가 섞인 유리 원료를 1500도가 넘는 아주 뜨거운 온도로 달궈요. 이렇게 하면 유리가 액체 상태가 되는데, 이를 원하는 형태로 바꾼 뒤 서서히 식히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유리가 되지요. 이렇게 만든 일반 유리는 외부 충격에 아주 쉽게 깨져요.

하지만 건물 외벽이나 자동차, 기차 등에 쓰는 유리는 일반 유리가 아닌 강화 유리랍니다. 일반 유리보다 강도가 5배 이상 세서 잘 깨지지 않는 특수 유리지요.

강화 유리의 튼튼함은 유리 액체를 식히는 과정에서 비롯되는데요. 강화 유리는 일반 유리를 원하는 형태로 자른 뒤, 700도 정도 고온으로 다시 가열하고 급속도로 식혀서 만들어요. 냉각을 할 때 압력이 높은 공기를 유리 위아래쪽에 고르게 쐐 주지요.

이때 유리 겉면은 차가운 공기를 쐐서 급격하게 식지만, 내부는 곧바로 식지 않아서 여전히 뜨거운 상태를 유지해요. 이때 갑자기 식은 유리 겉면은 수축되면서 안쪽으로 줄어들려는 힘이 생기고, 뜨거운 유리 내부는 팽창하면서 열기를 밀어내며 늘어나려는 힘이 생기지요. 강화 유리는 이렇게 외부로 힘껏 밀어내는 힘과 내부로 힘껏 줄어들려는 힘이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랍니다.

◇뾰족한 물건으로 모서리를 때려라

이렇게 튼튼한 강화 유리를 깰 방법은 없을까요? 일단은 뾰족한 도구가 필요한데요. 버스에서 볼 수 있는 비상 망치가 대표적이에요. 이런 비상 망치는 일반 망치와 달리 끝이 뾰족한데, 같은 힘으로 내려치더라도 끝이 뾰족하면 강화 유리를 더 쉽게 깰 수 있어요. 충격을 주는 면적이 좁을수록 내려치는 힘이 집중되기 때문이지요. 만약 비상 망치가 없다면 자동차 열쇠 등도 이용할 수도 있어요.

강화 유리 깨는 방법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유럽 등에서 운행하는 버스 유리창에 설치돼 있는 '세이프 티 펀치(Safe T Punch)'제품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에요. 누르면 텅스텐 재질의 뾰족한 모서리가 강화 유리에 충격을 줘 전체 유리창이 산산이 깨지는 방식이지요. 역시 충격을 받는 면적을 최대한으로 줄여서 유리가 받는 충격의 힘을 최대로 높이는 방법이랍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유리창을 내려치는 위치예요. 강화 유리는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미세하게 휘어지며 충격을 흡수하는데요. 한가운데를 내려칠 경우 휘어지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면적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손상을 주지 못해요.

하지만 가장자리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면적이 작아 상대적으로 충격에 약하지요. 고속도로에서 돌멩이가 자동차 유리창에 튀는 경우, 유리 중앙은 별문제가 없지만 가장자리에 튀면 유리가 파손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점이에요.

가장자리가 취약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유리를 급속히 냉각하는 과정에서 위아래쪽에서 찬 공기를 내뿜는데, 가장자리는 아무래도 냉각 처리를 고르게 하는 과정에서 약간 비켜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보통은 강화 유리의 수직 단면을 한 번 더 잘라내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가장자리에 작은 흠이 생길 수 있지요.

◇화재 피해의 주범은 일산화탄소


화재가 났을 때는 빠르게 대피하는 게 중요해요. 대피가 쉬울 것 같지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검은 연기와 바닥의 각종 장애물 때문에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답니다.

검은 연기에는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유독(有毒) 가스가 아주 많이 있어요. 일산화탄소는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과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몸속 산소 운반을 막지요. 이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는 숨을 쉬지 못해 숨을 거두는 일이 꽤 많아요.

검은 연기 속 일산화탄소는 보통 건물 내 단열재를 비롯한 화합물에서 나와요. 단열재란 열이 건물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건축용 물질인데요. 이번 제천 화재 사고에서 유독 가스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드라이비트'였어요.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석고 등을 덧바른 단열재인데 값이 싸고 공사하기가 쉬워서 많이 쓰지요.

단열재는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는 산소 둘과 탄소 하나가 결합한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지만 화재 현장은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산소 하나와 결합해 유독한 일산화탄소(CO)를 만들어요.

건물이 높아 대피하기 어려운 고층 빌딩은 불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요. 불이 잘 붙지 않는 강철이나 콘크리트로 방화벽을 만들어 불의 확산을 늦추는 거지요. 그러니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가장 먼저 코와 입을 막아 일산화탄소를 마시는 양을 최소로 줄이고, 몸을 낮춘 채 계단을 거쳐 신속히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답니다.


송준섭·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