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겨울에 돋보이는 새빨간 열매, 시·설화 소재로 자주 등장
입력 : 2018.01.09 03:07
산수유
하얗게 입김이 나오는 아침 산책길이면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서 작고 새빨간 열매를 만날 수 있어요. 바로 '산수유〈사진〉'지요. 타원형으로 1㎝ 남짓한 아주 작은 이 열매는 영하를 밑도는 한겨울 날씨에도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답니다. 보통 11월이면 산수유 열매가 맺히는데 춥고 건조한 바람에도 짙은 붉은빛을 자랑하며 한겨울을 나지요.
- ▲ /최새미씨 제공
산수유는 효심과 내리사랑을 표현하는 문학 작품 소재로도 자주 쓰였어요. 효심이 지극한 소녀가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를 정성껏 보살폈지만, 차도가 없자 산신령에게 기도를 올렸고 효심에 감복한 산신령이 산수유 열매가 있는 곳을 알려주어 아버지 병을 깨끗이 낫게 해주었다는 설화가 대표적이지요. 김종길의 시 '성탄제'에는 아픈 아이를 위해 젊은 아버지가 눈밭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다 주었고, 성인이 된 화자(話者)가 피에 녹아든 산수유를 느끼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48대 경문왕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를 내는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게 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지요.
1000년 전쯤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로 알려졌다가 1970년 경기도 광릉에서 거대한 산수유나무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자생종임이 밝혀졌어요. 산수유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도 잘 견디는 데다 뿌리가 넓고 깊게 퍼져 어디서나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답니다. 도시에선 아파트 담장 옆이나 공원 등에서 산수유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매년 3월이면 산수유나무는 노랗고 작은 꽃을 피워요. 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 꽃과 모양·색깔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요. 이때는 줄기를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답니다.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하지만 산수유나무 줄기는 껍질이 불규칙하게 벗겨져 얼핏 보기에 얼룩덜룩해 보이는 특징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