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8] '키다'와 '켜다'

입력 : 2018.01.03 03:03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로 시작하는 유명 가요가 있어요. 이해인 수녀는 시 '촛불 켜는 밤'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밤, 시를 쓰는 겨울밤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라고 노래하지요.

혹시 여러분은 촛불과 어울리는 동사가 '키다'인지 '켜다'인지 알고 있나요? '등잔이나 양초 등에 불을 붙이거나 전류를 통하게 하다' 라는 뜻에서 쓰는 말은 '키다'가 아니라 '켜다'랍니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켜서 뉴스 좀 보자" "춥다고 온풍기를 너무 오래 켜면 공기가 건조해져 피부 건강에 해롭다" 등이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이 밖에 '톱질해서 자르다' '팔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펴다' '현악기 줄을 활로 문질러 소리를 내다' '갈증이 나서 물을 자꾸 마시다' 같은 뜻도 있어요. "흥부가 박을 켜자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다" "내 동생은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부터 켠다" "한 첼리스트가 연주회에서 첼로를 켰다" "점심을 짜게 먹었더니 벌써 물을 세 컵이나 켰어" 등입니다.

많은 사람이 "눈에 쌍심지를 키고 일한다" "불을 키면 잠을 자기 어렵다"처럼 '켜다'를 써야 할 곳에 '키다'를 쓰고 있어요. 사실 '키다'는 일부 지역 사투리를 표준어처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랍니다.



류덕엽·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관 (전 삼릉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