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둥근 가래떡, 한 해를 의미… 원래 꿩고기로 국물 만들어
입력 : 2018.01.02 03:08
떡국
- ▲ /조선일보DB
새해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사학자 최남선(1890~1957)이 1948년 지은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상고시대 신년 축제 때 먹던 음복적(飮福的·제사를 마치고 후손들이 음식을 먹는 일) 성격에서 유래했다"고 쓰여 있어요. 새로 시작하는 날엔 엄숙하고 청결해야 하기 때문에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 떡국을 먹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떡국 국물은 주로 꿩고기를 고아서 만들었는데, 꿩을 구하기 어려워 닭고기를 넣어서 끓이기도 했어요.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1819년 순조 때 학자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 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떡국 만드는 법을 이렇게 적었어요.
"쌀을 빻아 체로 쳐서 고수레한 다음 시루에 쪄서 안반(떡 치는 받침대) 위에 놓고 떡메로 친다.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벼서 둥글고 길게 문어발같이 늘이는데 이것을 골무떡이라고 한다. 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어 국에 넣는다.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으니 이것을 떡국(병탕·餠湯)이라 한다." 1849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떡국을 차례상에 올려 제사도 지냈으며 손님 대접을 위한 세찬(설날에 차리는 음식)으로 없어서는 안 된다"고 기록돼 있어요.
북한 개성에서는 '조랭이 떡국'이 유명한데, 흰 가래떡을 도토리만 한 크기로 썰고 가운데를 살짝 눌러서 고치 형태로 만든 떡이에요. 생긴 모양이 조롱박 같다고 해서 귀신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했고, 누에고치 같다고 해서 좋은 운을 의미한다고도 했지요. 경상도 지역에는 '굴떡국'이 있는데, 생굴과 두부를 넣어 만든 향토 음식이에요. 전라도에는 '닭장 떡국'이 있는데 재래 간장에 닭을 조려서 국물 재료로 쓰는 맛있는 떡국이랍니다.
중국에선 새해 음식으로 녠가오(年糕·신년에 먹는 떡)를 먹어요. 팥을 소로 넣은 쌀떡인데 발음이 년고(年高·해마다 높이 오름)와 비슷해서 해마다 일이 잘 풀린다는 뜻으로 먹는다고 해요.
일본에선 새해 음식으로 도시코시소바(메밀국수)나 오조니(찰떡국), 오세치(조림 음식) 등을 먹어요. 특히 오조니는 우리나라 떡국과 비슷한데 흰떡 대신에 찰떡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지요. 베트남에서는 바인쯩(찹쌀떡)을 먹는데, 돼지고기와 녹두가 들어간 찹쌀떡을 바나나 잎으로 감싸 3시간 이상 쪄서 만드는 음식이랍니다. 액운을 없애고 새해 복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