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새해 여는 빈 신년 음악회… 父子 '왈츠 왕' 작품 연주해요

입력 : 2017.12.30 03:09

[음악가 요한 슈트라우스 父子]

1월 1일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슈트라우스 가족 작품들로 구성
세계적 클래식 행사로 자리 잡았죠, 흥겨운 음악으로 새해 희망 기약

이제 세 밤만 자면 2018년 새해가 시작되네요.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대한민국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저녁마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내주는 생방송을 기다린답니다. 바로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전 세계로 생중계해주는 방송이죠.

나라마다 시간차는 있지만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 음악회장인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에서 매년 1월 1일 현지 시각 오전 11시 15분(한국 시각 저녁 7시 15분)에 열리는 신년 음악회는 이제 세계인 모두가 즐기면서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는 행사가 되었어요.

지난 2015년 열린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에서 인도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와 빈 필 단원들이 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어요.
지난 2015년 열린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에서 인도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와 빈 필 단원들이 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어요. /빈 필하모닉

빈 신년 음악회는 1941년 1월 1일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처음 시작됐어요. 대부분 요한 슈트라우스(Strauss)가 만든 춤곡인 왈츠(세 박자의 보통 속도 춤곡)와 폴카(두 박자의 빠른 춤곡) 등을 연주하지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들이 만든 음악 작품들이에요.

우리가 흔히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슈트라우스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예요. 자신의 아버지와 이름과 성이 모두 같지요. 이 두 사람은 물론이고 요한 2세의 동생인 요제프, 에두아르트도 모두 음악가로 성장해 빈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어요.

먼저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의 생애부터 알아볼까요? 열다섯 살 되던 해 현악4중주단(바이올린 2개·비올라 1개·첼로 1개로 구성된 실내악 중주)을 만들고 바이올리니스트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1826년 자신의 첫 번째 왈츠곡을 발표했어요. 편안한 느낌의 선율과 누구나 금방 친숙해질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요. 자신의 악단을 만들어 전 유럽을 여행하며 활동했던 요한 1세는 그만 과로로 쓰러져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답니다.

그가 활동하기 전까지 왈츠곡은 4~5분 정도 되는 짧은 곡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한 1세는 작품 규모를 확대하고 관현악단 인원을 늘려 왈츠를 더욱 웅장하고 신나는 춤곡으로 만들었어요. 대표작으로는 '로렐라이와 라인의 메아리' '라데츠키 행진곡' 등이 있는데, 특히 '라데츠키 행진곡'은 빈 신년 음악회의 마지막 앵콜곡으로 자주 연주된답니다. 행진곡 리듬에 맞춰 청중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잘 알려져 있지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큰아들이 바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예요.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작곡 이론을 익힌 요한 2세는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열아홉 살 나이에 자신의 악단을 만들고 첫 음악회도 열었어요. 요한 1세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가 이끌던 악단을 이어받아 빈의 사교계와 음악계를 누비면서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1세(사진 왼쪽)과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1세(사진 왼쪽)과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위키피디아
그의 왈츠와 폴카는 낙천적이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빈 청중의 마음을 대변하듯 흥겹고 명랑한 분위기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명곡이 되었죠. 많은 작품을 작곡했던 요한 2세는 18곡의 오페레타(오페라보다 가벼운 내용을 담은 공연 작품)와 500 여곡의 춤곡을 썼는데요. 빈 신년 음악회를 포함해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이 그의 작품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답니다.

대표작으로는 '황제 왈츠' '빈 숲속의 이야기' '예술가의 생애' '남국의 장미' 등 왈츠, '트리치트라치' '천둥과 번개' 등 폴카, 오페레타 '박쥐' 등이 있죠.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왈츠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인데, 이 곡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겐 '제2의 국가(國歌)'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작품이랍니다.

자신은 음악가로 성공했지만 사실 요한 1세는 아들들이 음악가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해요. 큰아들 요한 2세도 은행원이 되길 원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아들은 아버지 뜻을 거역하고 왈츠 작곡가가 되었지요. 요한 2세가 데뷔한 이후 아버지 요한 1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부자(父子) 관계가 아니라 라이벌 관계로 유럽 음악계에서 우열을 다퉜다고 해요. 당시 청중에게 이름조차 똑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음악 대결이 무척 흥미진진했던 것 같아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은 전 유럽에 걸쳐 높은 인기를 누렸어요. 당대 음악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죠. 독일의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19세기 유럽 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는데,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의 음악을 썼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경쾌한 음악은 인정하고 사랑하는 팬이자 절친한 친구였답니다. 브람스는 친구가 쓰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무척 부러워했다고 해요. 친구의 대표작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악보를 받아들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정말 훌륭한 곡입니다. 불행히도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이 아니군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빈 신년 음악회는 해마다 세계적인 명성의 지휘자들을 초대해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2018년 빈 신년 음악회의 지휘는 이탈리아 출신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6·Muti)가 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매년 마지막 곡을 연주하기 직전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잠시 청중에게 신년 인사를 하는 순서도 있어요.

이번에는 슈트라우스 가족들의 흥겨운 음악과 함께 소중한 새해를 맞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에선 공연 실황을 메가박스 등 일부 영화관이나 호텔 등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생중계를 보기 어렵다면 며칠만 기다렸다가 유튜브에서 빈 신년 음악회를 감상하면 된답니다.





김주영·피아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